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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기 좋은 회사 해외사업

도쿄에서 새로운 브랜드 만들기

2021.09.10

*목차*

– Intro

  1. 타깃 설정 – 타깃은 좁고 명확하게
  2. 커뮤니케이션 전략
    1) 톱모델보다 자기다움
    2)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 팬 만들기
  3. 프로모션 전략 – 할인도 명분있게! 재미있게!
  4. 오프라인 광고 전략 – ‘하고 싶은 말’ 대신 ‘듣고 싶은 말’

– Outro


2020년, 우아한형제들은 도쿄에 새로운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를 론칭하기로 합니다. 일본에는 ‘BAEMIN(배민)’이 아닌 ‘FOODNEKO(푸드네코)’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진출하기로 했습니다. 마케터인 저는 푸드네코의 브랜딩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이미 만들어진 브랜드를 잘 키워가는 일을 해왔기에 세상에 없던 브랜드를 개발하는 일은 많이 낯설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막막해, 《배민다움》 책을 다시 한번 펼쳐봤습니다. 그 속에서 찾은 몇가지 힌트들로 푸드네코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어갔습니다.

1. 타깃설정 – 타깃은 좁고 명확하게
시장의 빈틈을 찾아서 ‘혼자 살면 푸드네코, 1인분은 푸드네코’

06_1080x640혼자사는 사람들을 위한 1인부터 기쁜 딜리버리

“모든 사람을 만족 시키려면 아무도 만족할 수 없고, 한 사람을 제대로 만족시키면 모두가 만족한다. “

《배민다움》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우리 서비스의 핵심이 될 고객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였어요. 핵심 고객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장상황을 파악했습니다. 도쿄에선 D사와 U사가 50 대 50으로 푸드 딜리버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요. 1등과 2등이 명확한 상황이라 정면승부보단 빈틈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일본은 음식배달 문화가 한국만큼 활발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사용자를 모으기에는 가격 장벽이 너무 높아 보였습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매장보다 앱의 가격이 높았고 거기에 배달비, 최소 주문 금액 수수료(정해진 금액 이하 가격의 음식을 주문할 때 내는 수수료), 서비스 수수료 등이 붙었습니다. 8천원 짜리 규동이 앱에서 주문하면 1만 6천원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1인분은 주문하기 어려운 구조였죠. 그래서 코로나 시기에도 1인 가구들은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직접 음식을 픽업해오거나 편의점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선발주자였던 두 경쟁사들이 이 부분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앱과 매장의 음식 가격을 동일하게 맞추고, 서비스 수수료와 기본 배달비 등도 1인분 주문이 가능하도록 기존 서비스와 차별점을 뒀어요. 그리고 이 장점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1인분부터 기쁜 푸드 딜리버리 푸드네코’ 라는 태그라인을 썼습니다. ‘혼자 살면 푸드네코, 1인분은 푸드네코’로 각인되길 바랬어요.

2. 커뮤니케이션 전략
1) 톱모델보다 자기다움
고양이 캐릭터와 함께 ‘푸드네코’ 정체성을 그대로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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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네코의 메인모델 오네기상

앞서 말했던 경쟁사들은 메인모델로 유명인을 활용하고 있었어요. D사는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한 개그맨과 여자 아이돌을 모델로 내세웠고, U사는 연기자, 운동선수 등 각 분야의 1인자들을 모델로 기용했습니다. 후발주자인 우리가 아무리 대단한 모델을 찾는다고 해도 더 큰 임팩트를 주긴 힘들어 보였어요. 그래서 우리만의 방식을 찾았습니다. 바로 푸드네코 다움이요.

일본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죠. 그리고 우리 브랜드 이름은 ‘푸드네코’이고요. 이 연결고리를 더 강력하게 만들기로 했어요. ‘푸드네코’라는 이름이 가진 그 정체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경쟁사와 다르게 고양이 캐릭터를 강조하기로 했습니다. 푸드네코의 캐릭터는 탑 모델들과 견주어봐도 매력이 있다고 판단했어요.(ㅎㅎ) 캐릭터를 좋아하는 마음은 곧 브랜드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연결될 거고요.

푸드네코 앱 안의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로그인을 안내할 때도, 주문상황을 안내할 때도 캐릭터가 등장하죠. 음식을 담는 라이더 가방에도 캐릭터를 크게 넣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브랜드의 얼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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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더 가방에 들어간 오네기상

서비스 론칭 영상에서도 고양이 캐릭터가 메인 모델로 등장해 서비스를 소개해요. 이처럼 귀여운 고양이가 다가와 말을 거는듯한 서비스, 마음을 뺏길 수 수 밖에 없겠죠? (ㅎㅎ) 특히나 혼자 살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나도 모르게 푸드네코 스며들 것 같았어요.

2. 커뮤니케이션 전략
2)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 팬 만들기
배달의민족에 ‘독고배달이’가 있다면, 푸드네코에는 おネギさん (오네기 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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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뿌리 수염이 멋진 오네기상

앞서 소개했던 캐릭터의 이름이 바로 ‘おネギさん (오네기 상)’이에요!ネギ(네기)는 ‘파’인데요. 하얗고 수염이 긴 것이 매력 포인트라 이 특징이 잘 담긴 파뿌리를 연상하며 지은 이름입니다. 또 일반명사인 ネギ(네기)를 그대로 쓰면 SNS 해시태그 검색이 어려워, お(오)을 붙였어요. 일본에선 공손하게 표현할 때 お(오)를 붙인다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물을 みず 대신-> おみず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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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기상은 이런 고양이입니다 😺

‘오네기상’에게 더욱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캐릭터의 스토리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친해지고 싶기도 하고 때론 내 모습 같기도 한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낮에는 네코라이더로 활동하고, 밤에는 집에서 뒹굴뒹굴 퍼져있는 걸 좋아한다는 설정을 넣었죠. 회사에선 밝고 활기차게 일 하다가 집에오면 파김치가 되어 쓰러지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대입할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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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기상의 스토리

그리고 오네기상에게는 마음 아픈 사연도 있었는데요. 오네기상은 길고양이 출신이었어요. 대신 그 덕에 길을 굉장히 잘 찾고 빠르고 동네에 친구들도 아주 많았습니다. 보면 볼 수록 마음이 가는 캐릭터죠? (ㅎㅎ)

3. 프로모션 전략 – 할인도 명분있게! 재미있게!
할인에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서, 야옹야옹야옹

푸드네코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이 실제로 서비스를 써볼 수 있게 유도하려면 프로모션이 중요했어요. 하지만 명분 없이, 식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할인 이벤트에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서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고, 이야기는 퍼질 수 있도록 기획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222 대작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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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대작전!

일본에서 2월 22일은 고양이의 날입니다. 숫자 2의 발음은 ‘니( に)’인데요, 니니니(222)가 고양이의 울음소리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고양이의 날이 되었대요. 이 포인트를 살려 매월 22일을 푸드네코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22일에는 고양이가 크게 쏜다는 느낌으로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아래는 2월 22일이에 고양이가 쏜 혜택들인데요, 다음 달 22일이 기다려질만큼 매력적이지 않나요? ㅎㅎ

혜택 1. 모든 주문 22% 할인
혜택 2. 선착순 2,222명에게 네코 캐릭터 키링 증정
혜택 3. 버거킹 x 푸드네코, 푸드네코에서 치즈와퍼 주문시 패티 2배

4. 오프라인 광고 전략 – ‘하고 싶은 말’ 대신 ‘듣고 싶은 말’
전단지 활용도가 높은 일본, 소장하고 싶은 전단지를 만들자.

일본은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문화가 여전히 활발합니다. 자연스럽게 신문과 함께 배포되는 전단지 역시 유용한 마케팅 채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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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 모양의 전단지 앞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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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정보는 뒷면에!

눈에 띄지 않으면 바로 버려질 것 같았죠. 그래서 다른 전단지들 처럼 ‘2,500엔 할인!’ 이라고 쓰는 것이 아니라 할인 금액이 바로 와 닿도록 지폐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눈에도 잘 띄었죠. 앞면에는 시선을 끌어줄 지폐 디자인을 넣고, 뒷면에는 서비스와 할인 정보를 자세히 담았습니다. 또 다른 전단지보다 두껍고 묵직한 재질을 사용해 쉽게 쓸려나갈 수 없게 했습니다. 이 전단지로 푸드네코는 SNS에서 입소문을 탔어요. 할인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아져 2차 전단지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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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스티커 전단지!

2차 전단지는 눈에 띄는 것을 넘어 곧장 버려지지 않을 전단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앞면을 스티커로 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이 스티커를 노트북이나 다이어리 등에 붙이고 다닌다면 또 한번 홍보가 될 수도 있고요. 이 스티커 전단지 역시 반응이 좋아 3차 전단지도 제작하게 되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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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차로는 소장할 수 있는 전단지를 만들었어요. 앞면에 있던 스티커를 다 떼어내면 엽서로 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카피를 작성할 때 ‘하고 싶은 말’ 대신 ‘듣고 싶은 말’을 쓰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건 카피뿐만 아니라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통하는 말인 것 같아요. 전단지에 할인금액과 서비스 소개만 적었다면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일은 없었겠죠.

사람들이 어떤 것을 반가워 할까? 어떤 것에 시선이 갈까?를 먼저 생각하고 그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이니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브랜드를 개발하는 일은 뿌듯함이 어마어마한 작업이었습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모든 팀원이 힘을 모아서 세상에 멋진 아이를 탄생시킨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SNS에 칭찬글이 올라오면 누구보다 기뻤고, 저희끼리 그 글을 캡쳐해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작은 것 부터 차근차근 쌓아간 푸드네코는 입소문을 타면서 오네기상 캐릭터를 따려 SNS에 올리는 팬들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푸드네코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지난 4월 푸드네코는 푸드판다와 통합되었고, 이제 서비스로 만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해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여기 까지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기록을 꼭 남기고 싶었어요.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브랜드를 만들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 브랜드가 푸드네코여서 정말 좋았습니다. 푸드네코와 만나자 마자 이별이라니! 하지만 다행히(?) 아직 끝은 아니에요. 다음 편에서는 푸드네코와의 이별기를 전해드릴게요.

해외사업 시리즈1. K-말장난도 베트남 진출! (베트남 진출 엿보기)

해외사업 시리즈2. 해외진출 그거 어떻게 하는 건가요? (해외사업부문장 인터뷰)

(현재글)해외사업 시리즈3. 도쿄에서 새로운 브랜드 만들기(푸드네코 탄생기)

해외사업 시리즈4.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서비스종료 todo list)

강세영님 사진

강세영브랜딩 Z팀
안녕하세영:D 브랜드 마케터입니다.
민초파, 부먹파, 소식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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