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배달의민족 캐릭터 배달이가 찰흙을 '글' 글자 모양으로 빚어내고 있다.

기술과 서비스

UX 라이팅, 배민은 이렇게 시작했어요

2023.11.09

안녕하세요? 우아한형제들 UX 라이터 유다정이라고 합니다. 저는 배달의민족 앱 안의 텍스트가 고객과 명확하게 소통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가이드를 통해 일관성을 수호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배민의 첫 UX 라이터로 합류했지만 꼭 ‘첫 UX 라이터’라고 할 수는 없는 게, 제가 합류하기 전에도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UX 라이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디자이너들이 자발적으로 UX 라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반가웠는데요. 사실 저도 UX 라이터가 되기 전에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UX 라이팅을 접했었거든요. 그러다 UX 라이터로 직무를 바꿨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UX 라이팅을 할 때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배민에서 디자이너들이 UX 라이팅의 기반을 닦고 있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이너가 어쩌다 UX 라이팅을 하게 되었을까요? 해보니 뭐가 좋을까요? UX 라이팅 TF의 초기 구성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문민지님_1080x214
안녕하세요. UX 라이팅 TF의 초기 멤버 문민지입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인데 UX 라이팅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됐나요?
UX 라이팅 TF의 기원(?)은 ‘디자인옵스팀’이에요. 디자인옵스팀은 디자이너를 돕는 일을 하는 팀인데, 디자이너를 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UX 라이팅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디자이너가 UI(User Interface) 속 텍스트를 다룰 일이 많아서 다들 고민하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UX 라이팅까지 업무가 넓어졌어요. 저는 디자인옵스팀에 소속되어 UX 라이팅을 하다가 TF가 생기면서 합류하게 되었어요.

디자인실에 이런 역할이 생기는 걸 보며 ‘텍스트도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영역이구나.’ 생각이 들었고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디자이너로서 역량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실제로 그동안 라이팅 업무를 진행해 오면서 본업인 디자인 업무를 대하는 시야가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느껴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UX 라이팅을 했을 때 강점은 뭐예요?
서비스 맥락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결과물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본문1_함께주문대표로 주문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더 중요한 정보로  라이팅을 수정했다.

‘함께주문’ 작업을 예로 들어 볼게요. 함께주문은 여럿이 같이 주문할 때 주문 링크를 공유해 각자가 원하는 메뉴를 쉽게 모아주는 서비스인데요. 서비스의 맥락을 살펴보니 함께주문을 쓸 때 대표로 주문하는 사람 입장에선 몇 명이 골랐는지 보다 몇 명이 아직 안 골랐는지가 더 중요한 정보더라고요. 그래서 선택을 완료한 사람 수를 보여주던 텍스트를 남은 사람 정보로 바꿨어요.

UX 라이팅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디자인팀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일단 해보세요! 모든 디자이너에게 UX 라이팅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해요.

UX 라이터와 디자이너의 고민의 시작점은 똑같은데 다만 그 표현을 텍스트로 하느냐, 그래픽으로 하느냐에 차이가 있는 거죠. 디자이너가 가장 중점으로 두는 부분이 사용성이듯이, UX 라이터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도 ‘사용자가 잘 이해해서 서비스에서 원하는 목표를 완수할 수 있을까?’ 더라고요.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데 괜찮을까?’ 이런 고민을 할 수도 있지만 UX 측면에서 검토를 거치다 보면 글쓰기 재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사용자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가 나오는 것 같아요. 

민지님에게 UX 라이팅이란?
디자이너로서 이미 길러온 나도 몰랐던 나의 능력! 디자이너로서 이미 사용자 관점으로 생각하는 역량이 있는데 텍스트를 다룰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 같아요.

전정원님_1080x214
안녕하세요. UX 라이팅 TF의 시조새(?) 전정원입니다.

정원님도 민지님처럼 디자인옵스팀에서 UX 라이팅을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요. UX 라이팅 업무를 어떻게 익히셨나요?
지식 쌓기와 실무 파악을 같이했어요. 우선 <마이크로카피>라는 UX 라이팅 책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을 쌓았어요. 그리고 저희처럼 조직의 첫 UX 라이터로 일하신 분을 초빙해서 어떻게 자리를 잡고, 또 실무를 하는지 배웠어요.

UX 라이팅이 디자인과 업무 프로세스가 똑같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UX 라이팅 프로세스는 어떻게 잡으셨나요? 디자인과 병행해서 더 좋은 점도 있었나요?
업무 프로세스는 잡고 시작했다기보다는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회고를 통해 어떤 프로세스가 필요할지 논의했어요. 처음 라이팅 업무를 할 때는 당연히 노하우 전혀 없으니까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해야 할 것 같은 모든 과정을 다 넣었어요. 꽉꽉 채운 업무 프로세스를 거치며 라이팅을 위해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작업은 어느 정도 걸리는지, 어떤 부분에서 가장 힘을 많이 들이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본문2_회고프로세스회고를 통해 TF에 어떤 프로세스가 필요한 지 논의했다.

모든 과정을 거쳐 보니 저희가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많은 품을 들였더라고요. 예를 들어, 라이팅은 라이팅대로, 바뀐 라이팅을 입힌 디자인은 디자인대로 다시 컨펌을 받았어요. 이 과정을 줄이면 라이팅 프로세스가 훨씬 가벼워질 것 같아 이후엔 디자인 피드백받는 과정에 라이팅을 포함하기로 했죠. 저희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디자인 과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디자이너와 밀착된 협업이 가능했는데요. 그래서 라이팅과 디자인을 동시에 피드백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UX 라이팅 작업에서 뭐가  가장 어려웠나요?
중심을 잡는 거요. UX 라이팅이라고 해서 사용자 입장만 고려할 순 없더라고요.

‘고객 본인 확인 의무’ 프로젝트 예를 들어 볼게요. 정보를 입력하고, 확인하고 하는 일이 사용자에게 정말 귀찮잖아요. 하지만 서비스 입장에선 이 절차가 완료되어야 사용자가 서비스를 쓸 수 있으니 꼭 필요하고요.

본문3_고객확인의무정보 입력 절차의 시작에 앞서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 안내했다.

본문4_고객확인의무정보 입력이 필요한 이유를 핵심만 간단히 전달하고 법적 근거는 최소한으로 넣었다.
(텍스트가 바뀐 후 실제로 본인 확인을 완료한 사용자가 늘어났다!.🎉)

복잡하고 낯선 본인 확인 화면이 나오기 전 사용자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고객 확인을 왜 해야 하는지 알려줘서(법적으로 필요한 절차임) 이후 절차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려고 했어요. ‘2분 만에 끝내기’ 버튼의 ‘2분’은 저와 동료들이 직접 순서를 따라가며 재본 건데요. 고객 확인을 마치기까지 딱 2분이 걸리더라고요. 사용자가 이어지는 화면을 단순하게 여기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게 해서 보다 안심한 상태로 화면을 맞이하도록 했어요.

디자이너이자 UX 라이터가 되어보니 어떠셨나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UX에 대한 관점이 넓어졌어요. UI, 시각적인 표현을 넘어 텍스트와 사용성의 인과관계까지 생각하게 됐죠. 또, 여러 부서에서 작업 요청이 오기 때문에 배달의민족 내 다양한 서비스의 일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UX 라이팅을 통해 서비스마다의 개성과 목표를 경험해 보는 게 새롭고 즐거웠어요. 그리고 UX 라이터가 되어 디자이너 분들을 마주하는 것도 정말 새로운 경험이더라고요.

정원님에게 UX 라이팅이란?
UX 디자인의 또 다른 접근법. UX 라이터가 되어 본 덕분에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에 대한 폭넓은 고민을 하게 됐어요.

본문5_워크숍사진워크숍 중인 UX 라이팅 TF  (2022년 8월)

우리 조직에도 UX 라이팅을 도입하고 싶지만 UX 라이터도 없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가요? 그럼 저희처럼 디자이너와 시작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UX 라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사용자 관점은 디자이너가 이미 길러온 능력이거든요..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UX 라이팅, 꽤 자연스러운 시작처럼 보이지 않나요?

유다정님 사진

유다정공통코어프로덕트디자인팀
디자인으로 사고하고 글로 빚어내는 일을 해요
특기는 배워서 남주기

하나만 더 볼까?

몇 개만 더 볼까?

글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