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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머리 회의 – 배민 마케터들이 회의하는 법

2021.08.03

민머리 말고 맨머리 회의 🧐

배민에 합류하기 전 광고대행사에 다녔습니다. 회의가 회의적일 정도로 많았죠. 회의를 준비하는 시간과 회의를 정리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의 절반을 회의에 쓰는 날도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배민 마케터들의 맨머리 회의를 처음 접했을 때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준비 없이 ‘그냥’ 오라고 했거든요.

맨머리 회의가 뭐죠? 🤔

‘맨주먹’ 아시죠? 맨주먹은 무기 도구 등을 갖추지 않은 빈주먹, 아무 준비도 갖추지 않은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맨머리도 마찬가지예요. 자료 준비 없이 일단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죠. 조사 기간이 필요 없으니 빨리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고, 선입견과 부담감 없으니 수다 떨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회의입니다. 

맨머리 회의는 보통 주최한 사람이 간략하게 프로젝트 배경을 설명하며 시작됩니다. 어떤 취지이고 목적은 무엇인지 대략의 개요를 전달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함께 생각에 살을 붙여 나갑니다. 

예를 들어 최고의 떡볶이 미식가를 뽑는다면?을 주제로 맨머리 회의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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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행아웃으로 모이고 있어서 이런 모습은 잘 볼 수 없지만…

맨머리 회의에는 누가 오나요? 🙋🙋‍♂️

맨머리 회의에는 수용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보통 10명 안팎이 됩니다. 프로젝트 담당자 외의 팀원들까지 모여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이디어1과 아이디어2가 만나 전혀 다른 아이디어3으로 태어나는 케미스트리를 위한 회의니까요. 마케터들만으로는 아이데이션(Ideation)이 충분치 않을 때는 같은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디자이너나 다른 부서의 구성원을 초대하기도 해요.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간식을 내놓기도 합니다. 치믈리에 회의 때는 간식으로 치킨이 자주 등장했죠. (그래서 그 회의를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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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과 함께라면 더 즐거운 맨머리 회의. 물론 이제 행아웃으로 합니다…   

아이디어의 주인은 누구인가!💡

제가 겪었던 많은 회의는 서로가 준비한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그 중에 가장 좋은 안을 추려내는 회의였습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주인이 있기 마련이었죠. 하지만 맨머리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에는 주인이 없습니다. 없다기보다 흐릿하달까요.

물론 아이디어의 시작은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은 아이디어가 (저는 구체적인 모습이 쉽게 그려지는 아이디어가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던져지는 순간! 너도나도 달려들어 살을 붙입니다. 회의 끝무렵 정리된 아이디어는 처음과 모습이 퍽 다릅니다. 그러니 누구의 아이디어라고 하기 힘들겠죠. 

때로는 너무 갔다 싶을 만큼 살이 붙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런대로 가치가 있습니다. 같이 웃느라 분위기가 좋아지거든요.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과한 자기검열로 좋은 아이디어가 입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는 상황을 막아준다고 생각합니다. 영 헛소리인 것만 같은 아이디어도 다음 아이디어의 힌트가 되거나 나중에 일이 풀리지 않을때 의외의 해결책이 되기도 하니 회의록은 실시간으로 잘 기록해 둡니다.

훈수가 필요할 때 사용해 보세요🐣

맨머리 회의는 소위 킥오프 때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이지만 담당자만으로는 일이 안 풀릴 때도 유용합니다. 느슨한 정보를 가지고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좋은 수를 내어놓기도 하니까요. 그럴때마다 힘빼기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그러니까 맨머리 회의는 힘을 뺀 회의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맨머리 회의 실전 적용 Tip

1. 맨머리 회의 이전 단계, 프로젝트 주제 정하기
맨머리 회의 주제는 다양한 경로로 정해집니다. 배민신춘문예나 폰트처럼 꾸준히 해오던 프로젝트들로 주제가 정해질 때도 있고, 새로 출시되는 서비스가 프로젝트 주제(B마트, 배민선물하기)가 될 때도 있습니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며 일이(일회용 수저, 포크 안 받기) 시작되기도 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수다 떨다가 일이 커지는 경우(배민치믈리에)도 종종 있구요.

2. 맨머리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 책임지고 디벨롭 하기
아무 준비없이 시작하는 맨머리 회의에도 주최자가 있습니다. 주최자는 ‘대장’이라고 불리는데요. 담당자나 PM(Project Manager)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거 같아요. (프로젝트의 대장은 주로 지원을 받아 정합니다.) 프로젝트는 대장이 책임지고 이끌어 갑니다. 대장과 부대장 2~3명 만으로는 넓은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한계가 있으니, 프로젝트 극초반에 여러사람이 모여 아이디어의 씨앗을 뿌리는 게 맨머리 회의의 취지입니다. 맨머리 회의가 끝나면 대장과 부대장이 여러 아이디어 중 좋은 싹을 골라 키워갑니다. 아이디어는 자라면서 키우는 사람, 환경 등의 영향으로 처음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죠. 프로젝트의 진행은 주간회의 등을 통해 팀원들에게 공유되고, 결정과 책임이 필요한 내용은 팀장님과 실장님 등 의사결정권자들과 수시로 소통합니다.

3. 맨머리 회의 때 모두가 한 마디 씩은 꼭 하기
배민 마케터들에게 맨머리 회의는 익숙한 방법이기 때문에, 누구든 아무말이나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뜬 구름 잡는 이야기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신규 입사자는 적응이 어려울 수 있겠죠. 그럴 때는 주최자가 지금 진행되는 주제에 대해 “00님 생각은 어때요?” 라고 질문을 던져 주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4. 회의록 작성은 필수! 회의를 위한 문서는 선택!
맨머리 이후에도 회의가 이어집니다. 이건 다른 회사의 회의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배민신춘문예 사이트 회의를 예로 들어 볼게요. 먼저 초반엔 꼭 들어가야 할 것, 추가되거나 바뀌면 좋을 것 등의 사이트 요소를 정하는 회의를 합니다. 사이트 기획 담당자가 회의 내용을 담아 기획서를 만듭니다. 그리고 기획서를 공유하는 회의를 하고, 그 회의에서 합의된 기획서로 팀장님-실장님에게 피드백을 받습니다. 피드백 과정도 회의라고 부를 수도 있겠네요. 이때 회의록 작성은 필수지만 회의를 위한 문서는 선택입니다.


배민 마케터들의 모든 회의를 소개할 수는 없겠지만 맨머리 회의가 여러분의 회의에 조금쯤은 새로운 활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회의하러 가볼게요.

손혜진 님 사진

손혜진 기업브랜딩팀
배민다움을 알리는 마케터
밥은 꼭 먹고 합니다.

하나만 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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