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여기도?
배민이 만드는 인공지능 이야기
2024.07.11
여러분, 장보기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오픈런은요?
지난 6월 9일 배달의민족은 장바구니에 원하는 물건을 가득 담고, 5km를 완주하면 다~ 드리는 이색 마라톤 장보기오픈런을 열었는데요. ‘세계 최초’ 득템 러닝이라는 타이틀만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움이 가득한 대회였어요.
*잠깐! 배민이 어쩌다 마라톤을 열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 비하인드 1편 보러가기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대회를
단 한 장의 포스터로 소개해야 한다면, 어떻게 보여주는 게 좋을까요?🤔
보기만 해도 설레고 재밌는 포스터로 참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보기오픈런 담당 디자이너들을 만나봤습니다.
이 당근 인간, 대체 어떻게 만드셨어요?
•••
🏃♂️ ep.2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1.천 리 길도 키비주얼부터
2. 작지만 큰 차이의 힘, 배테일
3. 우리답게, 배민답게 일한다는 것
Q. 장보기오픈런 하면 ‘달리는 당근’이 생각날 정도로 포스터 이미지가 강렬했어요. 행사 전체를 결정짓는 *키비주얼 작업, 어떻게 시작하셨나요?(*키비주얼 :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한 장면으로 작업의 중심이 되는 비주얼을 의미한다.)
🥝애지 : 처음엔 ‘배민’, ‘장보기’, ‘오픈런’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 중에 어디에 중심을 두어야 할지 고민했어요. 여러 키워드를 뽑아봤지만 아무래도 ‘장보기’가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장보기 마라톤’이라는 걸 한눈에 드러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런저런 레퍼런스를 찾다가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는 이미지를 발견하게 됐어요.
🥕명문: 처음엔 그 역동적인 움직임을 사람의 몸이 아니라, 먹거리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원물 자체가 잘 드러나면서도 금방이라도 달려갈 것 같은 게 보면 볼 수록 좋더라고요.(웃음) 첫 스케치엔 바나나 인간과 파 인간만 있었는데요, 디테일하게 작업한 게 아니었는데도 함께 일하는 분들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아– 이거다! 싶었어요.
🍋 효선 : 이번 작업에서는 전에 해보지 않았던 시도를 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오랜만에 열게 된 오프라인 행사이기도 하고, 배민다운 디자인을 새롭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거든요. 사실 ‘배민’하면 쉽게 생각나는 소중한 디자인 자산들이 있잖아요. 한나체, 민트, 배달이 캐릭터 같은 요소들요. 작업자들의 마음 한편엔 이 요소들을 사용하지 않고도 배민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명문 : 이전부터 써왔던 디자인 요소들을 활용하지 않고도 우리다운 느낌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면 배민다운 아우라를 좀 더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왔는데 이번 작업이 좋은 시작이 된 것 같아 기뻐요.
Q. 당근인간 외에도 각기 다른 포즈로 달리고 있는 생명체들이 보여요! 제품들을 살아 움직이는 러너처럼 표현하기 위해 어떤 작업을 거치셨는지 좀 더 듣고 싶어요.
🥝애지 : 우선 동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달리는 이미지들을 왕창 모았어요. 여기에 물건을 어떻게 얹고, 조합하면 좋을지 명문님이 한차례 가이드를 잡아주셨고요. 배민에서 파는 장보기 상품들을 이리저리 붙여보다가 이름하여 ‘장보기 인간’들이 태어나게 됐어요. 그중에도 어떤 아이들이 좋을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11명의 친구들이 주인공으로 발탁되어 최종 데뷔하게 되었어요.(웃음)
이 시안을 포토그래퍼분들과 푸드스타일리스트분들께 보여드리고 실제로 구현해 보려 했어요. 이틀에 걸쳐 촬영했는데 디테일을 정말 꼼꼼하게 잡아주셔서 시안과 거의 똑같은, 아름다운 생명체들이 탄생할 수 있었어요.
Q. 그렇게 탄생한 키비주얼을 뼈대 삼아 티셔츠부터 홍보 영상, 득템존 진열장, 네컷사진, 수상자 폼보드 등 어마어마하게 많은 작업물을 만드셨어요. 힘든 점도, 뿌듯한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애지 : 제작물이 정말 많긴 했어요.(웃음) 각각 완료되어야 하는 일정도 다 달랐고요. 일정 안에 전달되려면 발주가 되어야 하고, 발주가 되려면 퀄리티를 확인해야 하고– 이런 연속적인 정신없음이 조금 힘들었지만, 작업 자체가 너무 재밌다 보니 크게 힘든지도 몰랐어요. 하다 보니 작은 것에도 다양한 고민을 담게 되었는데, 예를 들면 점수판 디자인 같은 게 생각나네요
🍉가영 : 가장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달린 러너를 뽑는 ‘베스트 득템러’존에 장바구니 무게를 게시해 두는 점수판이 있었어요. 점수판을 제작하기엔 일정도 촉박했고, 예산도 넉넉하지 않아서 처음엔 기성품을 구매해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자꾸 아쉬움이 남는 거예요. 내적갈등 끝에 결국 0부터 9까지, 키비주얼을 닮은 숫자 10개를 만들었어요. 결과적으로 아날로그 느낌도 살리면서 행사와 잘 어울리는 배민다운 걸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어요.
Q. 디자이너분들의 손을 거친 작업물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아니 이렇게까지?’ 싶은 집요한 디테일이 눈에 띄어요. 정말 택배 봉투조차 그냥 쓰질 않으셨더고요.(웃음) 이런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가영 : 우선 택배 봉투는요. 내가 택배 받는 참가자라면 어떨지 상상하며 작업했어요. 택배로 전해지는 굿즈 꾸러미가 어찌 보면 참가자분들과 오프라인으로 처음 만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새 학기에 처음 만난 짝꿍에게 괜히 마이쮸를 건네는 것처럼 잘 보이고 싶었어요.(웃음) 이왕이면 좀 더 귀엽게, 좀 더 설레게 만들면 우리 행사에 대한 기대감과 애정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두근두근두근 하는 문구도 넣고, 티셔츠 포장도 귀엽게 해본 것 같아요.
🥝애지 : 사실 저희가 웃긴 걸 되게 좋아해요. 시안을 봤을 때 ‘아, 이거 진짜 재밌다’라는 말이 나오면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재미추구형인 사람들이 모여있거든요. 항상 좀 더 재밌고 유쾌하게 만들 순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까 지나칠 뻔한 부분들까지 챙기게 되는 것 같아요.
🍒문경 : 실제로 키비주얼을 오래 생각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장보기 인간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떤 이야기를 할지 떠오르더라고요.(웃음) 그런 부분들을 살리다 보니 재밌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엄청난 양의 시안에서도… 디테일의 힘이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ㅎㅎ)
Q. 작업물 자랑 타임! 이것만은 꼭! 알아주면 좋겠다 싶은, 나만 아는 포인트들을 마음껏 소개해 주세요.
🥕명문 : 득템존 현장에 배민 자체 브랜드 ‘배민이지’ 구역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우리 상품이니까 좀 더 배민답게 보여줄 순 없을까 고민하다 ‘배민이지 인간’을 만들었어요. 다소 평범하게 디자인할 수 있었던 영역에도 우리만의 유머를 녹여낸 것 같아 개인적으로 뿌듯했습니다.(웃음)
🍒문경 : 장보기 인간들 중에 화장품 인간이 있는데요, 다리 쪽을 보시면 립스틱을 한 번 쭉– 그은 텍스처를 살린 걸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제가 낳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되게 깜찍하답니다? 꼭 알아주세요!
🥒미지 : 저는 티켓 이미지요. 저희 티켓이 영수증 모양인데요, 장보기와 잘 어울리는 매개체인 만큼 ‘진짜’ 영수증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색을 살~짝 덜 바른듯하면서도 종이 질감이 느껴지는 디테일을 상상하며 만들었어요.
🍎정민 : 저는 웹사이트에 들어간 <오시는 길> 영역을 제일 애정 해요. 사실 이 이미지가 되게 임팩트 있거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는 이미지는 아닌데요. ‘어떻게 하면 우리 행사장에 잘 찾아오게 할 수 있을까?’ 되게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이 남아있는 이미지예요. 사소하고 작은 영역이지만 사람들에게 정보도 주고, 도움도 준 고마운 이미지라 한 번 더 소개하고 싶었어요.(웃음)
🍉가영 : 저는 티셔츠 포장이요. 티셔츠에 들어가는 그래픽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장보기 컨셉에 잘 어울리는 포장 방식이 뭘까 고민하고 제안한 게 좋았어요. 고민 끝에 결국 종이 접시를 찾아냈고요!(웃음) ‘티셔츠 랩으로 잘 감싼 후에, 스티커 붙여주세요’하고 말씀드렸는데 지금 막 장 보고 온 것 같은 신선한 느낌이 조금은 전달된 것 같아 뿌듯했어요.
🥝애지 : 저는 출발 도착 게이트요. 저희만의 디테일인데 출발하는 지점에 있는 게이트는 빈 장바구니로, 도착하는 지점의 장바구니는 가득 찬 장바구니로 표현했어요. 눈치채신 분들은 많이 없었겠지만(웃음), 양손 가득 기쁘게 들어오시길 바라며 그런 디테일을 숨겨뒀답니다.
🍋 효선 : 저는 경험적인 면을 디자인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던 것 같아요. 베스트득템러 1등 점수가 갱신되면 종을 쳐준다거나, 완주하신 분들께 메달을 직접 걸어드리자고 제안했던 건 다시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요!
Q. 첫 디자인 미팅을 무려 올해 2월 2일에 진행했어요. 긴 호흡의 작업을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가영 : 이런 프로젝트는 작업기간이 긴 만큼 작업자도 많은데요. 저는 이번에 중간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내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나?’ 자꾸 돌아보게 됐던 것 같아요.
🍋 효선 : 맨 처음에 의도했던 디자인 방향을 잘 지켜내는 것도 중요했어요. 길게 작업을 하다보면 갑자기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딴 길로 샜다가 돌아오기도 하거든요. 그러지 않도록 우리가 처음 이야기하고자 했던대로 지금 잘 가고 있나? 계속해서 살폈던 것 같아요.
🥕명문 : 협업하는 분들과 유대감을 키우는 것도 많이 신경 썼어요. 물론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편해지기도 하지만 서로 이야기를 잘 알아듣고, 잘 전달하려면 어떤 ‘신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큰 프로젝트에서는 한 사람이 작업을 다 하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일을 해야 하고, 모든 것이 협업일 수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함께하는 분들과 어떻게 하면 더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거 같아요.
Q. 배민 디자이너들이 일하는 방식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일하는 사람으로서 직접 느끼는 배민 디자인실만의 남다른 점이 있을까요?
🍋 효선 : 가장 다른 점이자 제일 중요한 점이 하나 있긴 한데요. ‘진–짜 러프한 스케치도 그냥 보여주세요’를 끊임없이 요청한다는 거예요. 다른 회사에 있다가 오시는 분들이 배민에 처음 와서 가장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 이 부분이라고 말하곤 해요.(웃음) 사실 디자이너들은 좀 그런 게 있거든요. 너무 정리되지 않은 걸 남에게 보여주기 어려워하는 마음이랄까? 낙서와~ 스케치와~ 막 떠오른 생각과~ 아이디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허술한 파일을 열어서 보여주는 게 약간은 부끄럽고 민망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정리되지 않은 것들을 많이 꺼내놓도록 유도해요. 그 속엔 아주 좋은 생각의 단초가 숨어있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내가 부족해 보이는 스케치를 가져오더라도 ‘별로다’, ‘성의 없다’ 같은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믿음. 날 것을 내보이며 일해도 안전한 곳이라는 게 이런 독특한 일하기의 바탕이 된다고 생각해요.
🥕명문 : 경력직으로 이직한 사람이자 가장 늦게 합류한 사람이 바로 전데요.(웃음) 돌이켜보니 내 작업물을 그냥 보여주지 못하는 게 ‘내 것’이라고 여기는 마음이 강해서인 것 같더라고요. 내 것이니까 평가도 더 신경 쓰게 되고, 상처받게 되는 거고요. 배민 디자인실은 작업물을 ‘누군가의 것’으로 여기기보단 ‘우리 모두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한마디 한마디 던지는 게 일종의 평가가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하는 과정으로 느껴지고요. 함께 하는 것이니 참견하는 것도 정말 자연스럽고, 어려움을 느낄 때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워졌어요. 누가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좋은 것을 함께 만들어내려고 하는 마음들이 모여 되게 좋은 시너지를 내는 것 같아요.
🥝애지 : 와 너무 좋은 결론이다. 적극 공감합니다.
🥕명문 : 진짜 외부에서 봤을 땐 약간 비현실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웃음)
Q.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 이 맛에 작업하지! 하고 느낀 순간이 있었을까요?
🥝애지 : 이번 프로젝트는 다들 일하면서 ‘하나도 안 힘들어’하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 팀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안도감도 들었고 신선한 자극도 많이 받을 수 있었어요.
🥕명문 : 일이 되게끔 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미팅을 하잖아요.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한명 한명의 표정에서 신남과 행복이 자연스레 드러난 게 보일 때 되게 행복하더라고요. 이게 진짜 나만 재밌는 게 아니구나. 다들 공감하고 있고, 재밌어하는구나.(웃음)
🍉가영 : 완전 공감해요. 일하면서 재미를 느끼는데, 그 재미가 나 혼자만의 재미가 아니었을 때… 정말 행복했습니다. 👍👍
🍋 효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결과가 행복해서 제일 좋았습니다!(웃음) 과정도 행복했지만, 결과가 제일 행복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 후기, 다섯 글자로 말해주시죠.
🍉가영 : 조별과제짱!
🥝애지 : 완벽한팀플!
🥒미지 : 발만담갔다 (ㅋㅋ)
🥕명문 : 이게된다고?
🍎정민 : 사람이좋다…
🍒문경: 모자람없다!
🍋 효선 : 완전잘했다. 또해요우리!
장보기오픈런 디자이너
김효선 최애지 정명문 조가영 김경림 조문경 김정민 김미지 이정화 박성은 김보영 김민진
글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