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여기도?
배민이 만드는 인공지능 이야기
2023.08.24
어느 회사나 쓰고 있지만 레퍼런스를 찾아보면 안 나오는 프로덕트는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바로 그룹웨어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용하는, 회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덕트지만 내!부!정!보!인 관계로 레퍼런스를 찾기 너무 힘든 그룹웨어. 얼마 전 우아한형제들의 그룹웨어 ‘우아한오피스’가 5년 만에 새 단장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단장하는 만큼 더 사용하기 좋은 그룹웨어를 만들고 싶었는데요. 내부의 관련 팀들의 필요를 점검하는 한편, 다른 회사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레퍼런스를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내부정보가 많이 담긴 그룹웨어가 공개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어요. 간혹 찾으면 아주아주 오래된… 20년은 된 것 같은 정보였습니다. 이번에만 만난 일도 아니었죠. 사내프로덕트 담당자들의 숙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레퍼런스 없이 리뉴얼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어요! 그룹웨어 레퍼런스를 찾아 헤매는 담당자를 위해, 또는 레퍼런스 없는 일을 시작하는 다른 분들이 조금이나마 힌트를 드릴 수 있으면 하고요.
우아한형제들 그룹웨어 우아한오피스 리뉴얼을 하게 된 이유
우아한형제들 그룹웨어 우아한오피스는 출퇴근, 공지, 게시판, 결재 등 회사 생활에 필요한 기능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공간이에요. 회사가 성장하고,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그룹웨어에도 다양한 필요들이 많이 생겼는데요. 그때마다 기능들을 하나씩 늘려갔고 그에 따라 크고 작은 불편함들이 쌓여가고 있었어요. 소소한 개선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회사의 변화 방향에 맞는 큰 개편이 필요해졌어요. 기능적인 면에서 계속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그룹웨어가 필요했고, 신규입사자분들도 배민다움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레퍼런스 없이 그룹웨어 만들기 1 – 관련 팀을 소환하라! 📢
제가 속한 사내프로덕트팀이 주축으로 먼저 관련 팀을 소환했어요. 다른 회사의 그룹웨어 레퍼런스는 찾기 힘들지만, 실제 우아한오피스를 이용하는 구성원의 의견은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인사시스템팀,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피플실과 HR실, 디자인실 등 연관부서들도 모였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구성원이 매일 사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무엇이든 결정하려다 보면 ‘이 부서도 관련 있을 것 같은데?’ 싶은 사항들이 계속 늘어나더라고요. 연관부서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한편, 우아한오피스에 연결된 제도를 운영하는 주관부서를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픈까지 총 20여 개 부서를 만나는 뜻밖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되었답니다.
레퍼런스 없이 그룹웨어 만들기 2 – 컨셉 워크숍 💡
우아한오피스를 리뉴얼하면서 가장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 우아한오피스의 첫 화면이었습니다. 첫 화면은 구성원들이 매일 접속해서 거쳐가는 우아한오피스의 허브이자 제일 많이 보게 되는 화면이지만, 겹겹이 쌓여있는 팝업 공지들과 수많은 연관사이트 링크들로 인해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불편함을 토로하는 영역이기도 했어요.
다른 회사들은 첫 화면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을지 레퍼런스가 가장 절실했던 부분입니다. 직접 입사해서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이기에 너무 궁금했어요. 고민 끝에 메인 컨셉을 정하는 컨셉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했어요. 레퍼런스를 많이 찾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그 대안으로 가능한 많은 분들과 얘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얻기로 했어요. 워크숍 참여 인원은 총 16명. PM, 디자이너, 조직문화 담당자까지 다양한 직무의 구성원이 모여 첫 화면을 어떤 것들로 채울지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워크숍에 모인 사람들이 우아한오피스를 만드는 사람들이면서 또 사용하는 사람이기도 해서 실제 사용하던 때를 떠올리며 흥미롭게 워크숍이 진행되었었어요. 포스트잇에 ‘이런 점을 바꾸고 싶어요.’, ‘이런 게 되면 좋겠어요!’라는 의견들을 적어서 공유했고 이 과정에서 각자 경험한 편했던 그룹웨어의 모습과 기능들도 소개했어요.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을 통해 다른 회사의 그룹웨어의 특징과 장점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았어요.
레퍼런스 없이 그룹웨어 만들기 3 – 닮은꼴 찾기 🧐
그룹웨어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참고할 부분이 있는 다른 서비스 기능들을 살펴보았어요. 그룹웨어를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회사들이 있는데요. 각 회사의 그룹웨어를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솔루션 회사들이 어떤 기능들을 제공하는지는 살펴볼 수 있잖아요. 솔루션 회사들이 최근 어떤 기능들을 업데이트했는지 살펴보며 트렌드를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레퍼런스 부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참고할 수 있는 사례들을 모으고 모아 새 메인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고, 시각도 넓힐 수 있었어요.
레퍼런스 없이 그룹웨어 만들기 4 – 조직문화에서 힌트 얻기 💓
사례가 제한적이다 보니 오히려 좋았던 점도 있었는데요. 우아한형제들 문화에 맞는 컨셉에 좀 더 집중하여 논의를 이어갈 수 있었어요. 그래서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말 걸어 주는 듯, 연결되어 있는 듯 다정하고 친절한!’, ‘회사 그룹웨어지만 개인화가 잘 되어있어서 내 스타일에 잘 길들여진 친숙하고 편리한’ 등의 배민다운 첫인상 키워드들과 다른 회사에는 없을 법한 기능들에 대한 제안도 활발히 이루어졌어요.
레퍼런스 없이 그룹웨어 만들기 5 – 내부 데이터 적극 활용하기 📊
워크숍을 진행하고, 구성원 의견을 들으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정말 많이 나왔어요. 하지만 주어진 자원의 한계가 있으니 모든 아이디어를 다 반영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구성원의 소중한 시간을 아껴줄 수 있는 중요도가 높은 기능들을 중심으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직관에 의한 결정을 지양하고 데이터를 꼼꼼하게 따져봤어요.
업무 과정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한 명에 1분이면, 100명이면 100분, 2,000명이면 2,000분으로 어마어마하게 커지잖아요. 꼼꼼히 따져보기 위해 각 기능 별로 예상되는 사용 빈도, 사용자 범위, 기대효과, 개발 리소스 등 여러 기준을 수치화해서 오픈전까지 할 일과 이후 개선할 것들을 분류했어요. 관련 시스템 담당자분들과 개발자들과도 함께 여러 포인트로 검토하고 정리해야 해서 시간이 꽤 걸렸지만, 근거가 되는 데이터들을 잘 정리해 두니 다른 부서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훨씬 수월하더라고요. 원했던 기능이 범위에서 제외되어 아쉬움이 있었던 분들도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서 결정된 부분들이라 이해해 주신 것 같아요.
레퍼런스 없이 그룹웨어 만들기 6 – 테스트 또 테스트 👩🏻🔬
우아한오피스 사용자는 구성원으로 한정적이지만 UX/UI 고민은 다른 프로덕트들 못지않게 많이 하고 있어요. 작은 기능 하나에도 회사 제도와 정책들이 온전히 반영되어야 하다 보니 온 세상 그룹웨어가 다 공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같은 디자인 레퍼런스 찾기는 불가능할 거 같아요. 이 부분은 수많은 시안을 테스트하고 프로토타입도 만들면서 해결했어요.
특히 이번 컨셉 시안은 메인에만 총 3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서 각자 하나씩, 총 3가지를 준비했는데요. 각자 정보의 배치와 강조하는 요소들이 조금씩 다르고 저마다 장점이 확실해서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한눈에 많은 요소가 보여지는 ‘집약형’, 각각의 영역을 넓게 펼쳐서 보여주는 ‘넓직형’, 개인 영역과 전사 공통 영역을 2단으로 구분 지어 보여주는 ‘분리형’ 이렇게 3가지 안이 나왔어요. 이 중에서 최종 채택된 안은 ‘분리형’! 내 정보와 회사 공통 정보가 모두 한눈에 잘 들어와 조화를 이룬다는 장점이 있었고, 오픈 후에도 계속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며 확장하기 쉬운 구조이기도 했기에 장기적으로 기획 시점의 의도가 오픈 후에도 이어지기에 가장 적절한 형태였어요. 이렇게 많은 테스트를 거치고 프로토타입도 만들어 시안을 검토한 덕분에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동작할지 실제 사용자 경험에 가깝게 살펴보고 의견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설명만으론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지 않으시죠?
(저는 못 찾았지만)그룹웨어 레퍼런스를 찾으시는 분들을 위해 우아한오피스를 공개합니다.
외부 유출이 어려운 우아한오피스… 저 혼자만 보기 아까워 하나만, 아니 두 개만 소개할게요.
없는 레퍼런스를 만들어가며 완성한 우아한오피스.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도 궁금하실 거 같아서 다른 그룹웨어에는 없을 것 같은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해볼까합니다.
우아한오피스는 파워F 감성오FFI스
오픈 후, 구성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피드백을 받은 부분은 바로 말 걸어 주는, 나에게 공감해 주는 우아한오피스예요.
우아한형제들 사내 건물 곳곳 벽과 천장엔 말을 걸어 주는 듯한 위트있는 문구들과 벽보들이 붙여져 있는데요. 우아한오피스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같은 경험이 이어지도록 하면 어떨까?’라는 고민의 결과물이에요. 다들 좋아해 주셔서 매우 행복합니다.
우아한오피스에서 보물찾기!
오래도록 리뉴얼을 기다려 왔을 구성원들을 위해 오픈 기념으로 보물찾기 이벤트를 했어요. 사이트 곳곳에 보물을 숨겨두었고, 클릭하면 보물이 짜잔! 하고 나타나게 했어요. 그룹웨어 매번 쓰는 기능만 쓰기 마련이잖아요. 원랜 오픈 후 일주일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벤트가 열리자마자 1%의 확률을 뚫고 보물을 찾아주신 열정적인 구성원분들 덕분에 단 2시간 만에 조기 마감되었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참여도에 놀랐지만, 다들 너무 신나해주셔서 저도 신났답니다.😊
레퍼런스는 우리 안에 있어!
기획 초반 레퍼런스 부족으로 고민도 많았고 확신도 없었지만 주어진 상황에 맞게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 풀어간 덕분에 오히려 흔하지 않은, 우아한형제들에 최적화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리뉴얼의 첫 모습이 레퍼런스가 되었으니 이제 레퍼런스가 없다는 핑계는 사라지고, 할 일만이 남았습니다. 쉽고 편리하게 업무를 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으로의 더 많은 변화들이 일어날 예정이거든요. 슬랙봇과 연동해서 간단한 것들은 슬랙으로 할 수 있는 기능들을 더 확장하고 있고, GPT를 활용해 기능을 자동화하는 여러 실험들도 진행하고 있어요.
저와 비슷한 막막함을 경험하신 분들,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으셨길 바라며! 모두가 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내프로덕트의 고민과 시도들은 내일도 계속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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