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여기도?
배민이 만드는 인공지능 이야기
2022.09.23
어느날 우아한형제들 전체 슬랙방에 전사교육팀이 만든 사내 교육 사이트가 공유됐을 때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전사교육팀이 만든 콘텐츠가 이렇게 많은 것에 놀랐고, 그 콘텐츠들을 가지런히 정리한 사이트의 깔끔함에 또 한번 놀랐어요.
그날 놀란 사람은 저 만이 아니었습니다. 전사교육팀이 만든 사내 교육 사이트가 공개되고 나서 이 사이트 제작 과정을 궁금해하는 구성원이 적지 않았으니까요. 다들 ‘과정’을 궁금해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결국 우리는 서로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아가며 영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달까요.
전사교육팀이 만든 사내 교육 사이트 ‘우아한 러닝’ 제작기는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완성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각자의 영감을 받아가시길 바라며 🙏🏻
불철주야 우아한형제들의 성장을 돕는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전사교육팀의 팀장 성호용 님을 만났습니다.
전사교육팀 성호용 님
호용님, 우선 전사교육팀이 어떤 일을 하는 팀인지 소개해주세요.
전사교육팀은 조직 전체의 역량이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실험을 해나가는 팀인데요, 이 말을 얼마 전에도 한 것 같은데…다시 말씀드리면 너무 길어질 것 같고… (참고 :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전사교육팀)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아한 러닝>은 어떤 사이트 인가요?
새시대 새일꾼들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내가 아는 것들을 나눌 수 있는 <학습 플랫폼>을 지향하는 공간이에요. 회사 내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학습 콘텐츠들을 한 곳에 정리했습니다. 구성원들이 언제든 쉽게 볼 수 있고요, 외부 교육 콘텐츠까지 무료로 이용하며 공부할 수 있습니다. 많은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버 연수원’과 비슷한듯하지만 우형만의 문화와 색을 담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우아한러닝> 사이트 첫 화면
<우아한 러닝>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2021년 12월, 김범준 대표님과 1:1 Sync.-up 미팅*을 진행할 때였는데 제가 이런 질문을 드렸어요.
호용: 범준님이 앞으로 전사교육팀에게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범준: 음, 전사교육팀은 사실 하나하나의 콘텐츠는 너무 잘 만들어요.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들이 어디에 정리되어 있거나 모여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뭐랄까 교육이 끝나고 나면 ‘휘발된다’라고 해야 할까? 잘 만들어진 교육들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 같은 아쉬움? 예를 들면, <기본기교육>이 저는 참 좋았거든요? 근데 다시 보려고 하면 어디서 다시보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리고 구성원들이 뭔가 스스로 학습을 하려고 할 때 “내가 우리 회사에서 들을 수 있는 교육이 어떤 것들이 있지?”라고 하며 뭔가 찾아보려고 할 때 찾아볼 수 있는 교육 리스트들이 없는 것 같아요.
호용: 네… (휘발…일회성…교육리스트…)
Sync-up 미팅이란? 1년에 한번 범준님과 리더들이 1:1 혹은 1:다(多)로 이야기 나누며 좀 더 세부적으로 조직의 고민과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자리입니다.
사실 저희도 고민했던 부분이긴 한데, 범준님의 피드백이 트리거가 됐어요. 2021년 12월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원 모두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자연스러움을 급하게 설정한 느낌의 전사교육팀
(좌측부터 전성일, 이규희, 강경용, 송철규)
그렇다면 교육 리스트를 모으기 위한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일의 시작이었나요?
범준님 피드백을 전해 듣고 팀원 대부분은 직관적으로‘사내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이하 LMS)’ 를 생각을 하긴 했었어요.
그래서 먼저 LMS 를 제공하는 국내외 솔루션 업체들과 미팅을 했어요. 10곳 넘게 만났던 것 같아요. 업체들의 솔루션은 대부분 훌륭했어요. 콘텐츠 업로드 기능은 물론이고 자체 콘텐츠도 다양하고, 사용자 개인 맞춤 추천 시스템, 학습자들끼리 상호 커뮤니케이션 기능 등 기술적인 부분들만 봤을 때 저게 다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많은 기능들을 제안받았어요.
그런데 막상 “바로 이 솔루션이야!”라는 판단이 선뜻 들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솔루션이야!” 라고 외치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나요?
저희 팀은 ‘자율적인 학습문화’을 지향하고 싶었어요. ‘학점이수제도’나 ‘필수 이수시간’ 같은 제도를 두고 강제화 하는 건 우리 문화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하나의 솔루션을 사용하게 되면 모든 구성원들의 선호를 충족하기는 여러울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미묘하게도 교육 업체마다 잘 하는 교육이 정해져 있더라고요. 개발자나 PM이 선호하는 교육을 잘하는 업체가 있고 디자인 관련 콘텐츠가 많은 곳이 있고, 글쓰기 관련 콘텐츠가 잘 되어 있는 곳, 재무 콘텐츠가 전문적인 곳 등. 집집마다 잘하는 메뉴가 있는데 하나의 업체를 선택하게 되면 광범위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한 업체에 다양한 교육을 넣어달라고 할 수는 없는 건가요?
‘중국집에서 가서 피자도 좀 시켜먹어도 돼요?’라고 묻는 격이랄까요?(웃음)
크게 쓰이지 않을 것 같은 기능은 빼고 새로운 기능을 넣고 하는 ‘커스터마이징’ 요구들을 업체들에게 제시해봤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이럴 거면 우리가 직접 만드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체 개발을 알아 봤는데, 이 쪽은 또 예산 단위가 달라요. 시스템 구축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한데다가 유지보수 비용도 별도로 필요했어요. 대기업 그룹사에서 주로 취하는 방식이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대안들을 고민했어요. MS Teams, Google Site, Notion, Wiki 등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해 봤는데 뭔가 돌파구를 못 찾고 제자리 걸음을 하는듯 했어요.
그때, 저희 팀의 철규님이 등장을 한 거죠.(훗)
스토리 빌드업 솜씨가 상당하시네요…철규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어느날 갑자기 철규님이 평소와 다른 표정으로 걸어 오시더니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철규: 근데 그 사이트…… 제가 한번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호용: 예? 어떻게요?
철규: 음…… 기능을 최소한으로 한다면 한 번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소 우리가 사용하던 중계 랜딩페이지를 만들 때 ‘워드프레스’라는 걸로 만들어 왔는데, 좀 만 더 공부해 보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사이트’의 프로토 타입 정도는 구현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호용: 아, 진짜요? 그게 가능해요?
철규: 네, 대신 제가 개발자가 아니다 보니 우선 한 번 해봐야 알 것 같은데… 가능할 것… 같아요.
심지어 개발자도 아닌 팀원이 해보시겠다고.
네. 그때 사실 너무 가뭄의 단비 같았으면서도 걱정이 많이 됐어요. 왜냐하면 철규님이 팀에서 하는 일이 있는데 추가로, 그것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거잖아요. 그게 올해 2월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부터 철규님이 이것저것 셀프 스터디하면서 사이트 뼈대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두 달이 지나고, 사이트의 대략적인 뼈대가 나왔는데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로그인을 어떻게 할지 개인정보 취급상의 문제, 사이트 취약성 등. 뭐하나 쉬운 게 없었어요. 철규님이 뭐라 뭐라 하는데 모르는 말이 반 이상이고 ㅎㅎㅎ
암튼 그때마다 이것저것 찾아보며 방법을 찾아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팀에 새롭게 조인한 규희님이 작업에 합류했고 어느덧 사이트가 그럴싸한 모습을 갖추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또 한 번의 시련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죠. 뭔지 궁금하신가요?
하…제발 얼른 이야기 해주세요.
사이트를 채울 콘텐츠가 부족했어요. 지난 3년간 만들어 온 사내 콘텐츠만으로는 양적으로 뭔가 조금(…많이) ‘구색’이 갖춰지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고생해서 오픈했는데 구성원들 입장에서 ‘음, 딱히 볼거리는 없네’ 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안 되잖아요. 그렇다고 당장 콘텐츠를 만들자니 콘텐츠라는 게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에 만났던 몇몇 업체를 다시 만나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타사에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며 방법을 물색해 나가다가 ‘콘텐츠 임대’라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CP사(Contents Provider: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회사)들을 컨택 하기 시작했죠. 최대한 다양한 임대인(ㅋ)들을 만나기 위해 팀원이 다 동원됐어요. 그렇게 몇몇 고마운 파트너들을 만나고 나서야 이제는 ‘오픈해봐도 되겠다’라는 단계에 이르렀고, 고민을 시작한지 8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우아한러닝>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대단한 여정이네요. 오픈하던 날 우셨나요?
아닌 게 아니라 오픈한 날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어찌어찌 또 여기까지 왔네’ 라는 생각도 들고, 또 한 번 우리팀이 너무 자랑스럽더라고요.
화기애애함을 급하게 설정한 느낌의 전사교육팀
(좌측부터 이규희, 강경용, 성호용, 김세나, 송철규)
그렇게 만들어진 <우아한러닝>에는 몇 개의 콘텐츠가 있나요?
지금 기준으로 ‘102개의 과정’이 있고요 과정마다 구성되어 있는 세부 콘텐츠 수를 다 합하면 885편의 콘텐츠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봐서는 아주 많다고 할 수 없지만, 우아한형제들 구성원들이 당분간 볼 콘텐츠로는 충분할 거예요. 물론 앞으로 계속 추가할 예정입니다.
<우아한러닝>에 업로드 된 교육 콘텐츠들
결코 쉽지 않았던 장기 프로젝트를 마치며 가장 크게 배운 점이 있다면요?
일단 ‘안 하던 짓을 하면 고생을 하는구나’…..ㅎㅎ
‘우아한러닝’을 만들면서 팀 동료들에게 “그러니까 호용님이 말하는 게 이게 맞아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나요. 일을 하다 보면 여러사람이 모여 회의도 많이 하고 대화도 많이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서로 ‘같은 끝 그림’을 생각하며 가는 듯 하지만 사실 미세하게 서로 다른 끝 그림을 상상하고 있을 때가 있어요. 저희도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나 생각해요. 저마다 생각하는 ‘우아한러닝’의 끝 그림이 달랐을 수도 있어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아요. 특히 ‘뜬구름 잡는’ 프로젝트일수록 그 차이가 더 큰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차이를 내버려 두면 일이 잘 되기 쉽지 않죠.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쉬운 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각자의 생각을 계속 공유하다 보면 ‘서로의 생각의 차이’가 포착이 되고 그러면서 조금씩 같은 그림을 그려가는 것 같더라구요.
글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