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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기 좋은 회사 왜 해요? 시리즈

배민라이브 왜 해요?

2022.09.07

만약 당신이 회사에서  “아무개씨 이 일(프로젝트) 왜 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게다가 마침 프로젝트가 1년이 지나도록 갈피를 못 잡고 헤매고 있어요.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소소하고 미미하게
시작은 완전 다른 일이었습니다. 지하철 역사의 옥외광고였어요. 방송 쪽에서 주로 일 하고 있는 상암동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상암 DMC역에 광고를 걸어주는 소비자 참여형 캠페인이었습니다. (1탄은 IT업계 사람들의 사연으로 시작한 판교 편:보러가기

그중 사연 하나가 담당자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디뮤지션이 었는데 자기 싱글 앨범이 나왔다며, 광고해주시면 너무 좋겠다는 거예요. 누가 봐도 정성스럽게 쓴 사연이라 광고로 만들어 걸었습니다. 그런데 광고만 하기 아쉬운 거예요. 

“혹시 광고 앞에서 노래 한 번 불러보실래요?”

* 상암 dmc역에 실린 옥외광고와 그 앞에서 노래 부르는 미지니

미지니님이 흔쾌히 공연을 수락했고 그 뒤 편집된 영상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민은 늘 사람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왔는데(ex: 배민신춘문예), 음악도 좋은 콘텐츠 소재구나! 여기도 뭔가 길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팀장님께 일단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가볍게 해볼게요! 하고 일을 벌였습니다. [광고판 앞에서 노래 부르기]로요. 어쨌든 라이브니까 이름도 있어야겠다 싶어서 앞에 배민을 붙였습니다. 촬영엔 허가도 필요하니 그림을 합법적 + 예쁘게 담을 만한 장소를 찾고요, 

그렇게 2018년 여름, 청계천 근처 한 버스 정거장에서 홍보가 필요한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필요한 브랜드가 인연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버스 정거장에서 노래 부르는 아티스트 다린 (나중에 다린님이 싱어게인에 나오면서 영상이 재조명) 

도미가 아닌 가자미가 되자  
영상 몇 편을 시리즈로 내보내니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첫째는 당연히 “이게 뭐야?” “배민이 왜 음악을?” “뜬금없다” 같은 내용이었고요, 그 사이사이 “모르는 아티스트였는데 광고로 듣고 좋은 아티스트를 알았네요” 같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은 건 그 속에서 브랜드의 역할을 찾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서 광고나 마케팅과는 다르게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멋있고 화려한 ‘도미’역은 홍보가 필요한 아티스트에게 주고, 진흙 속의 ‘가자미’가 되기로 말이죠. 이미 슈스가 아닌 내일의 슈스를 발굴하는 것도 역시 가자미의 역할이라고 정했습니다.  

*배민라이브 데이먼스 이어편

좋아서 하는거지? 그러면 계속 해봐
그렇게 아티스트를 찾고 영상을 제작, 홍보 하던 어느 날, 과연 이게 배민의 브랜딩에 도움이 되고 있나?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습니다. 브랜딩은 성공의 유무를 숫자로 판단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김봉진 의장님(당시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아티스트의 음악을 잘 표현하는 것에 집중을 하니 배민이 잘 안보이고, 만들어진 음악에 배민스러움을 넣자니 우리 색깔이 진해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고민이었어요. 의장님은 이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전혀 다른 관점의 답을 주셨습니다. 담당자가 누군지를 물으시고 저희를 슥 보시고선

“이거 좋아서 하는 거죠? 답은 잘 모르겠고 좋아서 하는 거면 계속해보세요! 하다 보면 답이 생길 수도 있고”    

그날 이후 사이드 프로젝트는 공식적인 허가(?)를 받고 성실하게 아티스트를 발굴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채널도 독립하고요. 인디음악을 듣는 팬들에겐 흥미로운 인사이트가 있는데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유명해졌으면 하는 마음과 또 이 아티스트를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고 할까요? 그런 마음을 브랜드가 알아주고 이해해 줄 때 그 아티스트의 팬들이 브랜드에도 고마움이나 동질감을 표현하더군요. 그렇게 한 아티스트의 팬들에게 공감과 사랑을 주고 받으며 차곡차곡 콘텐츠를 쌓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배민라이브 최유리편 

느슨한데 꾸준히의 힘
배민라이브가 올해로 5년 차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45명이 넘는 아티스트, 2.2만 명의 구독자와 누적 조회수 2천만뷰를 넘긴 음악채널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광고에 의존했던 처음과 달리 조금씩 찾아서 보시는 시청자 분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예전엔 아티스트 섭외를 직접 하러 다녔고, 배민이 왜 음악을? 하며 거절도 당했는데, 이젠  “아 잘 보고 있어요!”라며 먼저 알아봐 주세요. 대표 메일로도 출연 제안이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요. (다 모시지 못해 담당자는 못내 아쉬울뿐ㅠㅠ) 게다가 요즘엔 배민라이브와 비슷한 컨셉으로 브랜드와 음악이 어우러진 콘텐츠를 만드는 다른 브랜드들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우리가 배민라이브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캠페인이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기 때문일 겁니다. 만약 처음부터 이 일을 메인으로 다뤘다면 아마 왜 하는지 설득을 하다가 실패했거나, 반응이 별로 없던 시기를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담당자들에게 이 일은 좋아서 벌인 사이드 프로젝트였고, 그래서 다른 일을 하면서 느슨하게 꾸준히 할 수 있었습니다.
배민라이브_본문-댓글

만약 당신이 회사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멀리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옆 사람 부터 차근차근 한 명씩 설득해서, 아주 작게 시작하세요. 그리고 내가 원래 하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내 일이 아닌 다른 동료일도 더 적극적으로 도우면서, 사이드 프로젝트에도 애정을  조금씩 담아 키워보세요. 

김봉진 의장님이 마케터들에게 자주 하신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한 기업의 마케팅을 절대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고요. 만약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게 하고 싶으면 올해도 하고 내년도 하고 그 다음해도 하고, 꾸준히 해야 그제서야 알아줄까 말까 한다고요. 

계속되는 반복에 담당자는 지겨울 수도 있겠습니다. 가끔은 이게 맞나?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의심이 되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메시지가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동료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인정해주는 날이 올지 모르거든요. 인디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배민을 사랑하는 그 날까지 저희도 계속 느슨하고 꾸준히 달리겠습니다  🙂 


+ 담당자가 추천하는 배민라이브 Best 5

*with. 브랜드 크리에이티브팀 박준하

<왜 해요? 시리즈> 
커버스토리 – 배민 그거 왜 해요?
▶️1. 배민라이브 왜 해요?
2. 매거진<F>, 왜 해요?
3. 배민신춘문예 왜 안해요?
4. 배민리뷰챔피언십 왜 해요?

이성국님 사진

이성국브랜드 크리에이티브팀
배민다운 유머를 좋아하는
무표정 마케터

하나만 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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