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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서비스 소설가가 입사했다

ep.5 The 큰 집으로, 더 Next Level로

2022.02.15

소설가가 입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맥주 공장 이야기를 쓰고, 알랭 드 보통이 히드로 공항 이야기를 쓴 것처럼 소설가가 우리 회사 이야기를 쓴다면? 우리들이 좋아하는 이 시대의 젊은 작가. 소설가 박서련이 직접 경험하고 쓴 다섯 편의 우아한형제들 이야기

킬링 퍼스트 센텐스 Killing First Sentence.

죽이는(이라고 쓰고 맛깔나게 ‘직이는’이라고 읽어보자) 첫 문장.

어떤 글을 쓸 때에나 이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첫 단락에서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면 글의 끝까지 독자를 데리고 가기가 어려우니까. 예외적으로 글감이 사기급으로 좋을 때에는 첫 문장이야 아무래도 좋지 않냐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이 이야기가 그렇다……

우아한형제들 스마트 오피스, ‘더 큰 집’ 방문기.

2022년 1월 현재로서는 우아한형제들 구성원들조차도 대부분 입장해보지 못한 거-의 전인미답의 공간, ‘The’ 더 큰 집에 다녀왔다는 이야기. 이런 글은 딱히 구성에 대한 고민도 들지 않는다.

순서대로 쭉쭉 갈 테니까 꽉 잡으시라는 뜻입니다.

서울살이 통산 10년을 넘긴 요즈음까지도 촌티를 못 다 벗은 내게는 롯데월드타워야말로 거-의 본인미답의 장소였다. 과장 조금 보태서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방문 예정일 아침 문자 메시지로 숫자 여섯 자리 방문자 코드가 전송되었고 그 방문자 코드는 롯데월드타워 로비 특정 구역에 있는 키오스크에 입력되어야 했으며 그 키오스크를 찾기까지는 안내직원 두 분을 거쳤기 때문……

38층에 위치하는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자, 오늘 더 큰 집 투어를 함께 할 우아한형제들의 구성원 분들이 날 맞이해 주셨다. 신규 던전인 더 큰 집을 공략하기 위한 파티가 결성된 듯한 느낌. 이윽고 던전 보스…… 가 아니고 공간디자인실 이사님과 팀장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사내에 별도로 공간 디자인 전담 부서인 공간디자인실을 두고 있으며, 그들이 바로 더 큰 집을 설계한 장본인들이라는 귀띔이 있었다.

🔎 “로비 벽을 일반적인 페인트벽으로 하지 않고 벽돌벽으로 만든 것에 주목해 주세요. 이 공간의 전체적인 콘셉트에 대한 힌트니까요.”

우아한형제들_벽

🔎 “더 큰 집은 롯데월드타워 38층 전체와 37층 절반을 사용하는데, 이 건물의 고층 오피스는 바깥 전체가 통창으로 보이는 형태거든요. 즉 한 층 전체를 사용하면, 중앙에 위치한 엘리베이터 부분을 제외한 전부가 열려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거예요. 이 점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고 싶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야외 오피스로 이어진다’라는 콘셉트로 전체적인 작업을 해 봤어요. 로비에 자갈을 깔고 책상을 둔 것도 그 느낌을 단적으로 표현해본 거라고 할 수 있죠.”

우아한형제들_인테리어

‘야외 오피스’라는 말이 공간의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설명해주는 듯했다. 과연 곳곳에 배치된 커다란 식물들이며 탁 트인 공간 구성 등이 캘리포니아나 유럽 어딘가의 카페테라스 같은 것을 연상시켰다. 참고로 나는 둘 다 가본 적이 없지만.

🔎 “벽 아래에 둔 사물함들은 그럼에도 이 사무 공간이 구성원 모두의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거예요. 원하는 공간 어디에서나 업무를 볼 수 있게 열어뒀기 때문에 모든 공간이 자기 영역이 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자기만의 공간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직책과 경력에 무관하게 모두에게 공평하게 한 칸씩은 나눠줄 수 있는 사물함을 둔 거죠. 사무공간 한 구석에 자기 이름을 새길 수 있도록. 물론 업무 관련 물품을 수납해두는 기능도 있고요.”

우아한형제들_사물함

자율적이고 탁 트인 공간 안의 소속감.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뉴 노멀이 되었으니 물리적으로 흩어져있는 구성원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는 것, 우아한형제들에게도 화두일 수밖에.

우아한형제들_사무실

스마트 오피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도 ‘스마트’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었다. 따로, 또 같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사무공간과 회의실, 그 공간들을 위한 좌석 예약 시스템, 내가 일하는 자리까지 음료를 배달해주는 딜리까지.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솔직한 심정으로는 놀라울 정도는 아니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테크 기업들의 사무 공간을 우린 이미 봐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스마트한 공간에서 유독 시선을 끄는, 이질적인 게 있었다. 회의실을 둘러보고 나서는데, 투어 팀원 중 한 분이 회의실 이름을 잘 봐 두시라고 귀띔했다. 정말 모든 회의실에는 명찰처럼, 사람 이름이 붙어있었다. 뭐지, 이건. 어린애가 지렁이 낙서를 한 것처럼 쓰인 회의실 이름이 뭐 어쨌다는 거지…… 무슨 값비싼 현대미술 커미션 같은 걸로 만든 걸까? 나야말로 무지렁이라서 그걸 못 알아볼 뿐인 걸까……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며 지나온 기억이다.

이 와중에 이 공간이 사무실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 곳이 있었으니, 이름이 무려 ‘청평 같은 방’이다. 역시 남의 집 구경에서 남는 것은 부러움 뿐인가…… 청평 같은 방으로 우리를 안내하면서 팀장님이 하신 말씀은 또 이렇다.

🔎 “스페인 같은데 청평 같다고나 할까? 마드리드에 청평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 콘셉트예요.”

그게 무슨 순대 같은데 치미창가 같기도 한 소리죠? 라고 여쭙고 싶었지만 코르크 벽 한 면이 비밀의 문처럼 스르르 열린 후 보인 광경을 보고서는 무슨 말씀인지를 단박에 이해할 수가 있었다.

🔎 “평자 돌림 지역 펜션으로 엠티를 많이들 가잖아요. 양평, 가평, 청평 같은 곳 말이죠. 팀별로 워크샵을 가서 팀워크도 다지고 좋은 아이디어와 기운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사내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도에서 만들어본 기획이었는데 워낙 반응이 좋아서 더 큰 집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조금 더 고급진 느낌을 추구해본 게 왠지 스페인 느낌이라고나 할까.”

우아한형제들_청평

38층 바깥쪽을 빙 두르는 원호의 일부로 구성된 청평 같은 방은 펜션보다는 펜트하우스처럼 느껴졌다. 드라마에 나오는 홈 파티 장면을 여기서 찍어도 되겠다는 생각, 곳곳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놓인 소품들을 옷 속에 숨겨 나가고 싶다는 괘씸한 생각, 집에 가는 척하고 몰래 여기 숨어 살고 싶은 미친 생각까지 두서없이 들었지만 짐짓 점잖은 척 뒷짐을 지고 설명을 들었다.

“작가님, 여기서 사진 찍고 싶지 않으세요……?”

이 날도 동행하신 우리 에이전시 실장님이 나한테 그렇게 물으셨고 물론 찍고 싶었지만 품위를 생각해서 사양했는데 지금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까 저 한 방 찍어주시고 실장님도 찍어달라는 뜻이었던 것 같군…… 그렇지 않아도 투어에 참여한 기업브랜딩 팀 분들은 각자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들 계셨고, 그도 그럴 것이 배경이 너무도 그럴싸해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그림이 나오는 공간이었다.

체감상으로는 대학 도서관에서 옆 건물 강의실로 걷는 정도로 걸은 다음에야 트랙방이 나왔다. 공간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만큼, 큰집에서보다 더욱 욕심을 내서 구성해 보았다는 트랙방은 정말 육상경기를 해도 좋을 만큼 넓었다.

우아한형제들_트랙방

🔎 “사실 이 공간의 비밀은 계단식 트랙 좌석 뒤편에 있어요.”

여태 많이 놀랐는데 또 놀랄 일이 있으려고요, 하며 둥근 트랙 계단 꼭대기에 올라 내려다보자 푸른 타일로 장식된 공간이 나타났다. 유리창 하부 벽과 단차가 없도록 바닥을 높여서 창을 진정한 통유리창으로 만들고 곳곳에 미러볼을 배치해둔 그곳을 이사님과 팀장님은 ‘수영장’이라고 불렀다. 과연 해외 유명 호텔의 인피니티 풀을 연상케 하는 시원한 공간이었다.

🔎 “이 디자인 콘셉트가 제안되었을 때 저희가 결정까지 들인 시간은 채 30초도 되지 않죠.” 

팀장님이 자랑스레 말씀하셨다.

우아한형제들_수영장

“한강은……”

누군가의 조금 메인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휘어져 있군요.”

정말로 그랬다. 한강 다리 다섯 개쯤이 한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시야가 넓다 보니 한강이 얼마나 어떤 모양으로 휘어져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새 트랙방에서 회의를 한다면, 대략 삼백 명까지 동시 수용이 가능하다는 이 공간에서 다시 대인원 회의가 가능해진다면, 등을 감싸는 한강의 무게를 모두가 동시에 톡톡히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건 그야말로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를 말없이 체험하는 경험이 되겠지.

여기 놓인 물건들을 갖고 싶다거나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솔직하고 사적인 소유욕을 넘어, 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 이 공간의 일원이 되면 좋겠다—라는, 보다 고차원적인 욕구는 트랙방에서 비로소 샘솟기 시작했다.

1시간 가량의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청평 같은 방에 앉아 음료를 홀짝이며 공간 곳곳에 숨어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마저 들었다.

🔎 “더 큰 집 역시 초기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배경의 영향을 수용하려고 했죠. 바로 앞에 매직아일랜드가 보이는 것에서 착안해 꿈과 환상, 동심을 담아 <피터팬>의 네버랜드 콘셉트로 네이밍 하는 게 어떨까. 웬디, 피터팬, 후크 같은 이름을 회의실에 붙이는 식으로요.”

최종 기획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사무실이 위치한 곳의 배경과 어우러지는 브랜딩을 추구한다는 점이 인상 깊은 아이디어였다.

🔎 “우아한형제들의 구성원 대부분이 의장님과 소통하는 게 자연스럽고 원활한 편이지만 브랜딩을 담당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죠. 제일 먼저는 새 공간 전체의 명칭을 정했어요. 처음에는 ‘높은 집’이 가장 많이 거론됐어요. 그런데 ‘높다’라는 특성은 우리 공간만의 특성이라기보다 롯데월드타워라는 건물의 특성에 가깝죠. 그래서 보다 우리다운, 우리만의 것처럼 느껴지는 이름을 좀 더 고민해보게 됐는데, 우아한형제들의 근간이 되는 건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정신이거든요. 새 공간에 자리를 잡으면 ‘더’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높은 집’이라는 이름은 일단 제쳐뒀지만, 우리 회사 역시 높은 층 넓은 사무실을 쓰게 되긴 하죠. 높고 넓은 것, 한 마디로 뭐냐면 큰 거잖아요? 실제로 큰 집 사무실보다 더 크고요. 그런데 여기에도 ‘더’가 들어가네요. 더 일하기 좋은 회사, 큰집보다 더 큰 집. 그러면……”

“자연스럽게 더 큰 집이 되는 거네요.”

🔎 “네, 이렇게 해서 새 공간의 명칭이 ‘더 큰 집’으로 정해졌어요. 더 나아가서 ‘더’라는 말의 이미지를 회의실 이름에도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죠. 예를 들면 ‘더 의사결정 잘 되는 방’, ‘더 아이디어 잘 나오는 방’, ‘더 일하기 좋은 방’.”

“그것도 좋은데요?”

🔎 “아예 백지상태일 땐 의장님도 별말씀이 없으셨는데 회의실 이름 아이디어를 두세가지 안으로 정리해 보여드렸더니 흠…… 하고 마시더라고요. 하하하…… 다시 근간으로 돌아가 보면 ‘가족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도 우아한형제들의 신념이고 핵심 가치거든요. 구성원들에게는 일하기 좋은 회사, 구성원 가족에게는 내 가족이 일하는 자랑스러운 회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말이잖아요. 새로운 폰트를 개발할 때마다 구성원 자녀의 이름을 붙이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했던 프로젝트였고요.”

그러니까 투어 초반에 회의실 이름을 잘 봐 두라고 했던 건 이 얘기를 위한 복선이었군.

🔎 “회의실을 사용하는 건 일하기 위해서고 일할 때마다 가족의 이름을 보게 되면 그야말로 ‘더’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아이디어는 의장님에게도 지지를 받았는데 실행 단계에서 조금 불안감도 들었어요. 처음 개발한 폰트에 구성원 자녀 이름을 붙였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회사가 엄청나게 성장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몇몇 특정한 사람들 자녀 이름으로 회의실 명칭을 정하는 게 괜찮을까, 나머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싶었던 거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일단 자녀 이름 공모를 시작해 봤어요. 그런데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반응이 왔어요.”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자녀라면 나에게도 가족이라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과연 우아한 ‘형제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과장되게 추어주려는 마음도 깎아내리려는 마음도 아니고, 말 그대로 가족 같은 회사구나 하는 감상.

🔎 “아이디어에 대한 호응들도 좋았고, 공모에 실제로 참여한 가족의 수도 예상치를 웃돌았고요. 어린 자녀가 직접 쓴 자기 이름을 사진이나 스캔 파일로 보내달라고 공지를 올렸는데, 뽑힌 어린이 중 최연소자는 세 살이거든요? 아직 한글을 떼지 못했을 나이잖아요. 그런데 구성원인 부모님이 열정이 엄청나셔서, 이름을 앞에 두고 그림처럼 따라 그리도록 해서 공모에 참여하신 거예요. 아이가 직접 했다는 증거로 동영상까지 보내주셨어요.”

어쩐지 유독 지렁이 같은 글씨가 있더라니…… 뒤늦으나마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 손글씨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요?”

🔎 “그건 의장님이 제안하신 거예요.”

“천재시네요…..”

(의장님 기분 좋으시라고 제가 지어서 넣은 부분이 아니라 실제로 나온 말입니다.)

🔎 “이름이 당첨된 아이는 내 이름 붙은 방을 실제로 보고 싶다고 하고, 어떤 미당첨 어린이는 내 이름 뽑혔는지 안 뽑혔는지 아직까지도 물어보고 있대요. 그래서 구성원 자녀들이 이 공간을 둘러볼 수 있도록 패밀리 투어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문득 떠오른 이미지는 픽사 애니메이션 엔딩 크레디트를 장식하곤 하는 프로덕션 베이비 목록이었다. 어떤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제작 기간에 태어난 구성원 자녀의 이름을 엔딩 크레디트에 모두 기록하는 마음, 그 태도. 이건 다름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작업이고, 이 작업으로 밥벌이를 한 우리 중 몇 사람은 새로운 가족을 맞이했다. 그것을 우리는 이렇게 기념한다. 그런 마음에서 나왔을 기록…… 그 어린이들의 이름과 이곳 어린이들의 이름이 머릿속에서 포개지며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마음이 되었다.

“작가님,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필경 예의를 갖춰 전송하려고 꺼냈을 누군가의 인사말에 나는 진지하게 답했다.

“아무래도 그렇죠…… 스마트폰 만보계 앱에 따르면 제 일일 걸음 수는 평균 백 보 안팎 이거든요.”

“오늘 한 삼십 배는 걸으셨겠어요.”

집에 돌아가 확인해보니 그날의 걸음 수는 육천 보가 넘었다. 더 큰 집 투어 전후에 롯데 월드타워 안팎을 거닐었던 기록도 감안해야 할 테지만 그것을 제외해도 사무실 안에서만도 삼천 보 넘게 걸은 것은 확실했다. 그러니까 이런 생각도 무리는 아니다. 아니 사무실이 아무리 좋아도 이렇게 넓으면 어떡해, 너무 넓어서 다니는 사람들 짜증 나겠다…… 물론 스마트 오피스 출입이 단 하루밖에 허용되지 않은 외부 필진으로서 저 포도는 신 포도다, 흥 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한편 그날 투어와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서 우리 에이전시 실장님과 내가 단둘이 남았을 때 우리는 이런 대화도 했다.

“여기 다니는 사람들은 롯데월드 가고 싶으면 가겠네요.”
“근데 저 이거 소신발언인데……”
“뭔데요.”
“이제 어른이라 그런지 롯데월드보다 여기가 재밌는 것 같아요.”

“저도 소신발언……”

“말씀하세요.”
“저도 그런 것 같네요.”

실장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마침내 혼자 남았을 때는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때때로 웃긴다는 말의 동의어가 되고 진지하지 않아 보인다는 말로 오해되기도 하며 실없는 것을 좋게 표현할 때 오용되기도 하는 그 말. 하지만 어떤 재미는 의미와 함께 있을 수 있고 따라서 진지할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재미는 기능적이기까지 하다.

혹시 배민다움이란, 그런 재미에 대한 말인 걸까…… 를 나는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고, 이 글을 쓰느라 그 생각을 돌이키다, 나를 그 생각으로 이끈 게 다름 아닌 공간 투어라는 점에 기묘한 당황을 느끼고 있다.

소설가가 입사했다

ep.1 주문하신 소설가 왔습니다

ep.2 채식도 개발이 되나요

ep.3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싫어요

ep.4 용기를 가져가겠습니다

▶️ ep.5 The 큰 집으로, 더 Next Level로

박서련님 사진

박서련소설가
주문하신 소설가입니다.
오다 울어서 조금 짭니다.

하나만 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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