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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ep.2 채식도 개발이 되나요

2022.02.15

소설가가 입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맥주 공장 이야기를 쓰고, 알랭 드 보통이 히드로 공항 이야기를 쓴 것처럼 소설가가 우리 회사 이야기를 쓴다면? 우리들이 좋아하는 이 시대의 젊은 작가. 소설가 박서련이 직접 경험하고 쓴 다섯 편의 우아한형제들 이야기

 

 

 

나를 대신해 살생의 노고를 감수해온 분들에게

나의 어리석은 말이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최미랑 <섭식일기> 서문시사IN 746호 김연희 기자

<‘비건도’ 맛있는 게 아니라 ‘비건이라서’ 맛있는 거예요> 기사에서 재인용

 

 

영미권에는 이러지도 못하는데↗ 저러지도 못하네↘︎ 상황에 쓰는 말로 ‘뜨거운 감자’라는 표현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서 맛있어 보여 덥석 물었는데, 뱉으면 더럽고 계속 머금 고 있자니 뜨겁고. 아마도 그런 의미겠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는 것은 쟁점이 많다는 말이고, 쟁점이 많으면 주목하는 시선도 늘게 마련이어서 뜨거운 감자는 말 그대로 뜨거운 이슈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나에게 비거니즘이 그렇다.

비유가 감자인 것도 마침맞군. 같은 상황을 삼국지 문화권에 서는 보통 계륵이라고 하지 않나.

 

늦가을에 반강제로 채식생활을 한 달 정도 했다. 비거니즘에 대해서는 원래도 오랜 생각을 품고 있던 참이었는데, 건강상의 이유로 육식이 금지된 동안에는 더욱 자주 떠올리게 되었다. 우선 채식과 비거니즘을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해서 첨언해둘 필요가 있겠다. 내가 아는 바로 비거니즘은 동물에게서 얻는 모든 원료를 사양하는 태도를 말한다. 따라서 동물의 몸과 젖뿐 아니라 꿀벌이 채취한 꿀이나 훈련된 원숭이가 따는 야자열매처럼 동물의 노동으로 생기는 부산물 또한 비거니즘에서는 제한된다. 또한 동물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화학물질이나 동물의 몸으로 만드는 사치품은 식탁에만 오르는 것이 아니기에, 비거니즘은 의식주 전반에 걸친 모든 소비에서 고려된다. 요즘 한국에서도 채식주의자라는 말 대신 비건 지향인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 역시 ‘채식’이라는 말이 그러한 삶의 태도를 모두 포괄할 수 없기 때문으로 짐작하고 있다.

 

어째서 꽤 잘 아는가? 인터넷에서 찾아다 붙여 넣은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친구 중에도 비건 지향인이 많고 나도 관심이 많은 분야라서. 나는 스스로를 ‘논비건 치고 비거니즘 감수성이 있는 편’ 정도로 여기고 있다. 식탁 바깥에서나마 비거니즘을 추구한다며 소모품이나 사치품을 크프비(cruelty free vegan, 동물실험 및 착취를 하지 않은 비동물성 원료 사용)로만 구매하는 식으로 소극적인 실천을 이어가면서. 물론 의식주 가운데 소비가 가장 잦은 분야는 식이므로 그 바깥에서만 비거니즘을 추구한다는 것은 다소 비겁한 듯도 하지만, 내가 아는 바 비거니즘은 하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무조건 나은 실천적 가치이기에, 나는 스스로와의 작은 약속이나마 지속해갈 작정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 생활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부분은 먹는 것인지라 채식이 비거니즘의 대명사가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채식에는 동물 착취를 거부하는 동물권 비거니즘 외에도 다양한 사유가 있어서, 역시 완전히 적절하지는 않다. 가령 살생을 금하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체질적으로 받지 않아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안 먹어 버릇 하니 맛을 잘 모르겠어서. 기타 나로서는 짐작할 수도 없는 다양한 이유로 고기는 먹지 않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갑자기 비거니즘이 아닌 이유로 고기를 안, 아니 못 먹게 될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갑자기, 하루아침에 말이다.

 

“어제 갑자기 한 행동이 있나요?”
“갑자기요?”
“네, 한동안 안 하다가 오랜만에, 또는 난생처음으로 한 행동이요. 먹는 거나 입는 거, 접촉되는 거 위주로.”

의사의 말에 곰곰 생각하다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겨울이불이었다.
“어제 추워서 겨울이불 꺼냈어요. 세탁하고 넣었던 거라 그냥 덮어도 될 줄 알았는데.”

“먹거리는요?”
“음…… 아침 점심은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저녁에는 배민에 새로 뜬 식당에서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시켜먹었어요.”

“그렇군요. 두드러기는 원인이 너무 다양해서 딱 짚어 말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니 일단 짐작되는 건 다 제한해보는 게 제일 좋습니다. 원인이 아무리 다양하다고 해도 알러지 대부분은 음식 탓이니 돼지고기는 절대 드시지 마시고요.”

 

처방전을 쓰면서 의사는 약을 다 먹고도 한동안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흥, 웃기는 소리. 겨울 이불 탓이 분명하다고 나는 확신했다. 확실히 세탁한 이불인데 수납장 위에 있는 이불을 꺼내면서 먼지를 훅 들이마신 게 아무래도 의심스러웠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불은 한번 더 빨지 뭐. 집에 가는 길에 소시지빵을 사고 코인빨래방에서 이불을 빨았다. 이제 안심, 이라고 생각했지. 그때는.

 

다음날 새벽 걸어서 응급실에 가면서야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늦은 밤부터 몸이 가렵고 부어오른 것은 물론 숨 쉬기가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항생제 한번 더 먹고 가라앉으면 내일 아침에 병원 가자, 라고 생각했지만, 자다가 숨이 막혀 더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이 걱정되어 쉬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잠이 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몇 시간 흘러서도 결국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고민 끝에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때 응급실에 가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밤새 나를 괴롭힌 두드러기는 30분간 맞은 수액 한 팩에 진정되었다. 두드러기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표피뿐 아니라 체내에도 돋을 수 있어서, 즉 기도를 붓게 해서 위험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 나 이제 정말…… 돼지고기를 못 먹는 몸이 된 거야?

 

뻥 좀 보태서 죽다 살아나서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우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식생활 상당 부분을 서민의 친구 돼지고기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제 나는…… 뭘 먹고살란 말이지? 물론 이렇게까지 생각한 건 정말 절박한 상황 이어서가 아니라 사소한 사건도 부풀리고 MSG를 쳐서 재미있게 만들려는 직업적 습성 탓이다. 그런데 바로 그 직업적 습성 덕에 나는 기분의 전환도 빠른 편이어서, 이 일을 ‘오히려 좋아’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오히려 좋아: 어디 이 참에 채식을 시작해볼까?

 

이 시기에 고기를 전혀 먹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떤 고기, 어떤 메뉴가 안전한가를 굳이 스스로의 몸으로 실험해 알아내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 적어도 혼자 밥을 먹을 때는 비건 메뉴만 먹었다. 적어도 나 말고 대신 구급차를 불러줄 입이 하나 더 있을 때에만 고기를 먹겠다는 원칙을 세웠던 것이다. 먹는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부담만 빼면 반강제적 채식 생활은 나름 즐거웠다. 내가 사는 지역은 서울 북서쪽 변두리인데 뜻밖에도 배달가능지역에 비건 식당, 비건 옵션 메뉴가 있는 식당이 꽤 들어와 있었다. 이것도 과장 좀 보태서 하는 말이지만 이 시기에 내가 굶어 죽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배민 덕이다. 걸어서 왕래하기엔 멀지만 배달은 가능한 지역에 육류가 포함되지 않은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들을 찾아낼 수 있었으니까.

 

채식을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습관처럼 배민 어플을 켰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집에서는 보이지 않던 ‘채식’ 아이콘이 배달가능 메뉴 카테고리에 나타난 것이었다. 나는 주 2회 상주작가로서 한 사설 도서관에 출근하는데 그 도서관은 청담에 있다. 전날 저녁만 해도 우리 집에서는 보이지 않던 아이콘이어서, 그새 업데이트가 되었거나 특정 지역에서만 출현하는 카테고리가 있는 것, 둘 중 한 가지겠거니 싶었다. 역시나 그날 퇴근하고 집에서 앱을 켜 보니 채식 아이콘이 사라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배민에 채식이라는…… ‘숨겨진’ 카테고리가 있다는 것?

 

우아한형제들이 협업 의사를 타진해왔을 때 옳거니 무릎을 친 연유에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도 있었다. 연락을 받은 시기가 나의 비자발적 채식이 거의 끝나갈 즈음이었는데, 딱 마침 맞게도 채식 카테고리에 대해 제대로 여쭤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다. 어쩌면 너무 사적인 이유에서 막무가내로 아이템을 선정한 게 아닐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기업브랜딩 팀에서도 괜찮게 생각해 주셨고, 개발 당시의 기록을 담은 자료와 함께 언택트 미팅 일정을 잡아주셨다. 당시 개발에 참여했던 팀, 현재 채식 카테고리 운영을 전담하는 팀에서 각각 한 분씩이 스피커였다.

 

🌱 “채식 카테고리는 2020년 7월에 오픈했는데, 오픈 하루 만에 닫고 재정비를 거쳐서 다시 오픈했어요.”

 

듣고 보니 가물가물하나마 기억이 났다. 트위터가 한바탕 뒤집어졌었지. 말했듯이 나에게는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지인들이 제법 있고, 그들은 대부분 트위터를 한다. 덕분에 트위터를 통해 최근의 비거니즘 동향을 접하곤 하는데, 2020년 어느 날엔가 누군가 “이게 비건 메뉴라고요?” 라고 분통을 터뜨리며 올린 캡쳐 화면이 내 타임라인에까지 흘러들어온 적이 있었다. 삼겹살 배달 전문점 등 똑바로 봐도 옆돌기를 하며 봐도 비건 식당이라 하기 힘든 곳들이 채식 카테고리에 노출이 되었고, 모처럼 채식 카테고리가 생겼다는 소식에 배민 앱을 연 비건 지향인들이 그런 사례들을 수도 없이 보며 경악했던 때.

 

돌이켜 보면 총체적으로 아이고…… 소리가 나오는 사건이었다. 상추 추가 옵션이나 사이드 음료 등을 이건 고기가 안 들어가니까 이것도 채식이겠지? 라고 생각한 사장님들이 많았 던 게 아닐까. 비건 이용자들의 분노도 이해가 됐지만 사장님들도 어리둥절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 기껏 만든 신규 카테고리를 오픈하자마자 접어야 했을 앱 개발진의 속이 얼마나 쓰렸을까 싶었다. 혼자 살면서도 배민 천생연분 등급을 놓치지 않는 자타공인 배민러버인 내가 괜히 죄송하고, 마치 배민 비공식 대변인이라도 된 양 눈치 보이고.

 

어떤 마음에서 신규 카테고리를 만들었겠는가 하면 물론 ‘이것이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라는 기업적인 마인드가 바탕에 있었겠지만, 선의냐 악의냐 하면 말할 것도 없이 선의에 가깝지 않았겠는가. 비건 이용자들에게 못 볼 꼴을 보이려는 악의가 아니라, 끼니 때울 때마다 밥 먹을 곳 찾아 헤매야 하는 그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맛있는 것을 찾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선의.

 

🌱 “1차 오픈 때에는 채식 메뉴와 식당을 확보하려고 사장님들이 셀프서비스로 채식 메뉴를 등록할 수 있도록 마련해 뒀어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채식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보다는 일부 메뉴를 채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식당이 더 많기도 하고, 그런 식당까지 포함해도 충분히 많지는 않은 상황이니까요. 여기에 어떤 메뉴까지를 채식으로 정의해도 좋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요. 실제로 채식을 하는 이용자들을 사전 체험단으로 모집해 의견을 다양하게 들어보면서 고기는 먹지 않지만 생선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안 메뉴까지 포괄하는 걸로 결정했는데, 얼마 후에 사장님 셀프서비스 메뉴 등록 현황을 보니 입점 가게 대부분이 일식 가게더라고요. 사실 이때부터도 이대로 오픈해도 괜찮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오픈 하루 만에 임시 중지라는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그런 흐름이 있었군. 물론 뼈아픈 경험이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상대적 소수 문화에 속하는 분야에 대해 접근하며 오랜만에 신규 카테고리를 개발하는 과정이었기에 배우고 남길 것이 더 많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신규 카테고리를 개발했다는 말씀은?

 

🌱 “배민 메뉴 카테고리는 계속해서 늘어왔어요. 극초반에는 원래부터 배달로 먹는 게 익숙했던 치킨이나 중식, 족발 정도만 등록되어 있어서 대분류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죠. 그런데 배달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주문할 수 있는 음식 종류에 제한이 없어졌죠. 대부분의 카테고리는 그래서 자연발생적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미 입점해 있던 가게들을 당 연하게 한중일양식 등으로 나누고, 단일 메뉴로도 워낙 거대한 카테고리를 이루는 치킨이나 족발 등으로 또 나누고. 참고로 채식 카테고리 이전 막내는 카페, 디저트 메뉴예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더니, 나야말로 불과 2, 3년 전만 해도 카페 음료를 집에서 시켜먹는 걸 상상하지 못했던 게 생각났다. 내 몸은 이제 집 밖으로 나가서 음료를 직접 주문해 먹는 걸 더 어색하게 여긴다는 것도 함께 떠오른 것은 당연지사.

 

🌱 “사실 채식 카테고리는 배민에 있는 카테고리 중 최초로, 또 유일하게 사용자 지향적인 목적에서 개발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커요. 현재 시장 동향을 보았을 때 채식이나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층이 있고 그에 발맞춘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 배민에서도 이 흐름에 응답을 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고요. 말씀드렸듯 배민에 있는 기존 카테고리 대 부분은 원래 등록되어 있던 가게들을 나눈 것이고, 그건 다시 말하면 가게 사장님 지향적인 편성이죠. 채식 카테고리는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배민이 먼저 찾아내겠다는 소비자 지향적 아이디어에서 나온 카테고리라는 점에서 대조적이죠.”

 

기존의, 가령 셀프 등록이 가능했던 1차 때는 채식 카테고리에 진입할 수 있었던 가게의 사장님들이 2차에서는 등록하지 못해 반발하는 사례는 없었는지도 궁금해졌다.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는 가게의 경우 여러 카테고리에 걸쳐 노출되는 것을 심심찮게 봐왔고, 노출 횟수는 더 높은 매출로 직결될 테니 채식 카테고리에도 가게를 계속 노출시키고 싶어 하는 사장님들이 있으리라는 짐작이었다. 웬걸 그렇지는 않다는 답변이 나왔다. 항의가 있었다 해도 사장님보다 사용자 쪽에 초점을 둔 카테고리여서 왜 노출이 안 되는지 설득했을 텐데, 사장님들 모두 그냥 이제 안 되나 보다 하고 쿨하게 잊으신 것 같다고.

 

현재는 채식 카테고리가 노출되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여쭤보았다.

 

🌱 “채식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짐작되는, 또 채식 전문 식당 수가 일정 이상 확보된 지역에서만 노출되도록 한 거예요. 이태원, 성수, 강남, 서초…… 지금으로서는 아무래도 트렌드에 민감한 지역에 채식 소비자도, 공급자도 많이 분포되어 있고요.”

 

2차로 재오픈할 때는 채식 카테고리 진입이 사장님 셀프 등록 대신 운영팀 승인을 거친 방 식으로 변경되어서 어떤 지역에 채식 식당이 많은가를 확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2차로 넘어오면서는 1차에서 메뉴에 포함했던 생선 위주 요리도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도 큰 차별점이 될 거예요. 실제 비건 지향 사용자 분들과 진행한 인터뷰가 많은 도움이 됐어요. 채식을 하는 이유도 다양하고 그만큼 채식에 대한 시선과 의견 또한 다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면 차라리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용자들이 채식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에 걸맞게 생선을 제외하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어요.”

 

일반적인 사용자들이 채식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도록 생선을 포함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

 

🌱 “채식을 하시는 분들은 채식의 단계에 대한 지식도 갖추고 있어서 설명이 필요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생선까지 먹으면서 그게 무슨 채식이야?’라고 생각하기 쉬우니까요. 사용자들 의 혼란은 사장님들의 혼란으로 이어지기도 쉽고요. 1차 때 이미 확인했듯 페스코 채식 메뉴까지 포함하면 일식 가게들 대부분이 진입할 수 있게 되는데, 일식 카테고리가 이미 있는 상황이니 생선을 포함할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재오픈 때부터는 유제품, 계란까지 식재료에 포함하는 락토 오보 베지터리언 메뉴를 기준으로 삼았어요.”

 

그렇게 불사조처럼 다시 날아오른 채식 카테고리는 1년 넘게 꿋꿋이 살아남아 결국 일시적-비자발적 채식 생활을 시작한 내 눈에도 들어온 것이었다.

 

🌱 “참고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사용자 반응 분석 결과 채식 카테고리에서 채식 메뉴만 주문하는 경우는 전체의 12% 정도였어요. 그 나머지는 마라탕을 육수 대신 채수로 끓이는 등의 채식 옵션이 있거나 메뉴 일부가 채식으로 제공되는 식당에서 채식과 논비건 메뉴가 동시에 주문되었다는 의미죠. 한 식탁에서 채식인과 논비건이 함께 식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채식 지향인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큰 장벽 가운데 하나가 직장 등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하는, 한마디로 사회생활과 자기 원칙이 충돌할 때의 어려움이라고 들었는데 요, 그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해요.”

 

채식 카테고리 전, 현직 담당자님들과 짧은 인터뷰를 하고 나니 인터뷰와 사전 자료에서 종종 사전 체험단과 인터뷰 대상으로 언급된 채식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아직은 척박한 국내 채식 환경에서 점유율 1위 배달 앱이 국내 최초로 채식 카테고리를 개발한다는 것을 알고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의견을 나눠줄 때는 또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그렇게 여러 의견을 주고받고 2020년 7월 채식 카테고리가 처음 오픈되었을 때 벌어진 소동을 접하고는 또 무슨 심정이었을지…… 이 모든 마음들을 절로 상상하게 한 다는 점에서, 채식 카테고리는 사용자 지향성을 중심에 두며 개발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개인이어서 기업의 마음(그런 것이 있다면)은 상상할 수 없지만, 또 자본주의 사회의 자연스러운 일원이다 보니 나와 같은 소비자들의 입장보다 기업의 입장이 더 잘 이해될 때 가 있다. 기본적으로 기업이란 어떤 상황에서든 이윤을 추구하는 정직한 성격이라 한 길 사람 속보다 훨씬 더 잘 이해가 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채식의 동기는 사람마다 다르게 마련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환경을 덜 파괴하는 선택이 되고, 환경을 생각한 실천은 어느 기업 하나 또는 몇몇 사용자에게만 남는 것이 아니라 결국 모두의 이익이 되니까, 이 생각이 그리 심한 비약은 아닐 것이다.

 

12월 초순 즈음부터 다시 돼지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돼지고기에 알러지 반응이 나타난 계기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지만. 내가 다시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게 감탄스럽기도 하고 머쓱하기도 해서 이상했다. 마치 다시, 가 아니라 난생처음으로 고기를 먹게 된 것처럼 어리둥절했다고 할까.

 

나는 여전히 논비건 식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따금은 그때 자주 시켜먹은 비건짜장 생각이 난다. 짜장면이란 돼지기름이 워낙 많이 쓰여서 돼지를 빼고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오랜 믿음이 있었고, 실로 그때 먹은 비건짜장 또한 내가 알던 짜장면 맛과는 조금 달랐지만, 잘 볶은 양파와 춘장의 조화가 단짠의 균형을 오묘하게 이루고 아삭한 죽순이 식감을 돋우어 멋진 요리였다. 비건이 논비건 요리를 안 먹는다고 논비건도 채식 요리를 먹으면 안 된다는 법 같은 건 없기 때문에 나는 요새도 채식 요리를 종종 찾는다.

 

내가 가끔 채식을 하는 논비건이라는 사실이 나는 그렇게 부끄럽지도, 썩 자랑스럽지도 않다. 다만 만약 내가 일주일에 단 한 끼라도 채식을 한다면, 하루라도 채식을 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상상을 한다. 이런 식생활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늘어난다면, 천 명이 되고 만 명이 되고 더더욱 늘어간다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변화가 나타나겠지.

 

나의 상상은 그 증거를 배민 채식 카테고리에서 확인할 수 있으리라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식생활에 아주 약간의 변화를, 포인트를 주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채식 카테고리는 살이 오를 것이고, 누구나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요리를 먹을 수 있는 미래가 오늘로 성큼 다가올 것이다. 배민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 이와 별로 다르지 않으리라고 감히 확신에 차 주장해본다.

 

 

박서련님 사진

박서련소설가
주문하신 소설가입니다.
오다 울어서 조금 짭니다.

하나만 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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