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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잘 살기

사장님이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2022.02.10

새해에 예상치 못한 문자를 받았어요. 작년 한 해 우수 이용객에게 주는 KTX 특실 업그레이드 문자였습니다. 얼마나 많이 탔으면 우수 고객이 되었을까 싶으면서 부산행 기차를 타고 만난 사장님들과 밀키트를 만들었던 시간들이 눈앞을 스쳐지나 갔어요. 그 밀키트는 바로 2022년 1월 배민 전국별미에 등장한 8가지의 부산 밀키트예요. 오늘은 저를 KTX 우수 고객으로 만들어준 100일여 간의 부산 밀키트 여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밀키트 시대, 작은 가게 사장님들도 밀키트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배민아카데미의 한 인터뷰에서 춘천에 계신 사장님이 밀키트 제작에 거의 1년이 넘는 시간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랜 고생 끝에 밀키트를 만들었으나, 보완할 점들이 많아 재정비를 하고 있다고요. 이미 수많은 밀키트가 세상에 나와 있지만 지역의 작은 가게 사장님들은 여전히 그 트렌드에서 소외되고 있구나를 느꼈어요. 언뜻 밀키트는 식당에서 파는 레시피대로 재료를 포장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챙겨야 할 것이 아주 많거든요. 앞으로 밀키트 시장은 더 커질거라 작은 가게 사장님들도 밀키트를 만들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함께 밀키트 제작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부산의 맛집을 전국으로!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지역은 바로 ‘부산’. 산과 바다를 모두 품은 지역이고, 숨겨진 맛집도 많아 다채롭고 개성있는 밀키트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마침 부산시가 소상공인 판로개척에 고민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협업을 하게 되었어요.

부산 사장님들과는 글씨가 빼곡히 써진 지원 서류로 처음 만났어요. 8명의 사장님을 모집하는데 지원자가 100명이 넘었어요. 가게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부족한 글솜씨로 컨설팅에 지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부터, 음식으로 전국에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포부가 담긴 이야기까지. 글자로 전해지는 사장님들의 걱정과 희망, 또 간절함에 서류를 검토하는 내내 참 생각이 많아졌죠. 아마 이때부터 밀키트 프로젝트에 대한 제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졌던 것 같아요.

어느 사연 하나 진심이 아닌 것이 없었지만 그중에서도 부산의 맛과 개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8명의 사장님이 선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시작은 아직 하지도 않았어요.

밀키트 만들려면 다음의 항목을 체크하세요 – 레시피, 재료, 포장, 디자인, 규제확인, 허가, 유통 등등등
밀키트 개발은 가게에서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예요. 밀키트 상품은 각종 규제의 영향을 받고 기관의 허가가 필요한 영역도 많아요. 포장을 해야하기 때문에 재료 정리에 더 손이 가기도 하고(ex: 뾰족한 꽃게다리 조심!), 포장 방법도 다양한데 그걸 또 보기 좋게 디자인도 해야하고, 어디에서 유통시킬지, 얼마나 생산해야할지 모든 것이 다 새롭게 사장님들에게 주어진 과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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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아구찜’은 가게에서 파는 그 맛을 살리면서 좀 더 많은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레시피 단계에서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요. 결국 호불호가 갈리는 방아잎을 빼고, 아구찜이 아닌 아귀간소스를 활용한 해물찜으로 밀키트 메뉴를 변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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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마니김밥’은 포장할 때 내용물을 채워주는 충진기가 고장이 나서 철물점을 몇 번씩 오가기도 하고요. 봐도 봐도 끝이 없는 포장지 오타와 식품 표시사항의 늪에 빠지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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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시간은 늘 꽉꽉 채워도 모자라서 컨설팅이 없는 날에도 계속해서 사장님들과 연락하며 밀키트를 준비했어요. 한 사장님은 프로젝트 막바지에 결혼을 하셨는데, 신혼 여행지에서도 저희와 계속 문자를 했을 정도였어요. 😂 사장님들이 귀찮으셨을만도 한데 정말 그런 내색 한 번 없었습니다.

우리 사장님들 정말 잘 되셨으면 좋겠다
아니 오히려 너무 잘해주셨어요.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시간에 장사를 포기하시고 저희와 같이 레시피를 연구하기도 하고, 바쁜 와중에 간식까지 챙겨주시고요. 한 번은 “밀키트로 돈 많이 버시면 뭘 하고 싶으세요?” 라고 장난처럼 물었는데 직원들 복지를 얘기하시더라고요. 예상 못한 답변이었습니다. 사장님들 밀키트에 진짜 진심이시구나 싶었어요. 그런 사장님들 마음에 저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나봐요. 어느 순간 저도 ‘우리 사장님들 정말 잘 되셨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돌아가는 서울행 기차에 늘 벅찬 마음을 안고 오르게 되었어요.

그런데요, 부산 사장님들 밀키트 진짜 맛있습니다
진심은 통하나봐요. 진짜 맛있는 밀키트가 세상에 나왔거든요. 1월에 배민 전국별미에 소개가 됐는데 언제 입소문이 났는지 반응이 뜨겁다고 합니다. (자랑 좀 할게요) 부산의 별미를 우리집에서 먹을 수 있는데(와우) 밀면, 어묵에 꼼장어까지 종류도 8가지라 일주일 내내 먹어도 메뉴가 겹치지 않아요! 먹어보면 알게 될 거예요. ‘아 이거 진심으로 만들었구나!’ 어쩌면 사장님들이 정말 잘 되셨으면 좋겠는 제 마음도 알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부산_밀키트_컨설팅_배민다움_7(1)

8종류의 부산 밀키트는 무사히 세상에 나왔지만 아직 끝이 아니에요. 부산 말고 다른 지역에서도 밀키트 지원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거든요. 내년에도 저는 꼼짝없이 KTX 우수고객이될 것 같아요. 다른 지역 밀키트가 나오면 소식을 들고 또 찾아 올게요.

김슬기님 사진

김슬기서비스제휴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국에 계신 사장님들께 행복을 배달해요

하나만 더 볼까?

몇 개만 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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