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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기 좋은 회사 우아한 복지

도서비를 무제한 지원하면 생기는 일

2021.06.22

입사 전,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어요. 보통 대여 기간이 2주 정도라 그 기간을 마감 삼아 읽고, 읽은 책을 반납하면서 다른 책을 빌려오곤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도서관에 안 간 지, 몇 년 되었습니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말해둡니다. 저는 여전히 도서관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 내가 다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회사에 입사하고 <자기계발 도서비 무제한 지원>제도를 알게 되었을 때, ‘정말? 정말 독후감 안쓰는 거 맞아? 회사에 둬야 하는 거 아니고? 많이 샀다고 혼나는(?) 것도 아니고? 이제 인기 많은 책 대출 순서를 기다릴 필요 없겠네.’ 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이 제도가 제 독서 습관을, 아니 독서 생활 전체를 달라지게 만들지 몰랐어요.


빌린 책과 산 책의 다른 점
책은 빌려보는 게 디폴트였던 저는 무제한 도서비를 만나고 1년이 지나도록 책을 접거나 메모하지 못했습니다. 책을 망치는 기분이 들어서 도무지 책에 펜을 댈 수 없었어요. 그런데 동료들이 책 끝을 접고 그때의 감상이나 인사이트를 메모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시도해 보았죠. 읽기는 다소 수동적인 행위지만 줄을 긋거나 나의 생각을 메모하면, 기억에 오래 남고 제 것이 담겨져 있어서 책에 대한 애정도 쌓이고 또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를 비교해 볼 수 있어 좋더라고요. 책은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뜯고, 씹고, 맛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책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책은 많이 읽어야지 하고 노력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구성원 모두가 받고 있는 혜택이잖아요. 그래서 책에 노출될 일이 늘어났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회사에 가면 동료의 책상에 동료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놓여져 있는 일이 흔했습니다. 그걸 보고 같이 비평도 하고, 추천도 하다보면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아졌습니다. 동료 사이가 가까워지는 건 덤이고요. 또 이제는 관심사가 생기면 책 부터 삽니다. 주식에 관심이 생기면 주식 책을, 일회용 수저, 포크 줄이기가 과제가 되면 플라스틱 관련 책을 여러 권 사서 읽어요. 아무래도 웹 보다는 책이 갈무리가 잘 되어 있어 시작에 좋습니다. 같은 주제의 책을 한 번에 사서 보면 하나하나 정독하지 않더라도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를 종합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회사 사람들이랑 독서모임을 합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자연스러운 책의 대화가 끊어졌습니다. 소통도 줄었죠. 그때 동료가 소설 모임을 만들자는 거예요. 소설 읽기는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볼 수 있는 기회라면서. 코로나19로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 합류했습니다. 소설은 아무래도 호흡이 길다 보니 손이 잘 안 갔거든요. 같이 읽으면 의무감에라도 완독하겠다 싶어서 4명이 함께 시작했는데 격주에 1권씩 1년 째 읽고 있습니다. 책값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니까 책이 자꾸 사고 싶어지고, 책 모임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입사 전에는 책에 큰 관심이 없었던 동료들도 이 제도 덕분에 책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됐다고 하고요.


이쯤에서 <도서비 무제한 지원>제도를 이야기하면 궁금해하는 포인트가 몇 있어 소개합니다.

산 책을 다 읽나요?
모두 다 읽으면 좋겠지만 다 안 읽어도 괜찮습니다. 처음엔 다 읽지 않은 책을 두고 다른 책을 사는 데에 죄책감이 들었는데요, 많이 사야 많이 읽더라고요. 모 작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읽을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책 중에서 읽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 마음이 조금 불편한 분에게는 이 제도를 도입한 장본인이자 《책 잘 읽는 방법》의 저자 김봉진 의장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읽지 않은 책에 죄책감 갖지 않기”


왜 책은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사나요?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책을 사야 하는 것은 이 제도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처음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오프라인에서만 책을 사야하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는 서점에서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서점에 가면 현시대의 관심사들이 한 공간에 정돈되어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 요즘은 부동산이 이슈구나.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구나.’하는 인사이트를 얻는 거죠. 이전까지 저는 베스트셀러에 그렇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는데요. 일년 내내 베스트셀러인 책을 서점에 갈때마다 마주치다가 결국 읽게된 일도 있습니다. 별로 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로인 건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베스트셀러 코너에 꼭 들렀어요. 온라인이었으면 안 샀을 책, 우연히 책장사이에서 발견한 책이 꽤 괜찮았던 경험을 하고는 자기계발 도서지원비는 ‘편하게’ 보다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책과 책 주변까지 경험의 폭을 넓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구나 이해하고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악용하는 사람 있을 거 같은데?
악용하는 사람은 없을지, 궁금하실텐데요. 구성원이 1,300명이 넘으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 악용하는 사람 때문에 이 제도가 없어진다면, 저는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낼 것이고… 많은 구성원이 아끼는 제도이고, 우아한형제들의 상징같은 복지라 웬만해서는 안 없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이 제도가 잘 유지될 수 있게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또 주요 유관부서가 무려(?) 감사팀이라는 것! 정도만 말씀드릴게요.


그래서 집에 책이 몇 권이냐고요?
그것은 다 세기도 전에 늘어나는 부자의 잔고와 같아서 정확히는 셀 수 없다는 것이 널리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더… 넓은 집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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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의 차고 넘치는 책장들

손혜진 님 사진

손혜진 기업브랜딩팀
배민다움을 알리는 마케터
밥은 꼭 먹고 합니다.

하나만 더 볼까?

몇 개만 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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